영국일기(5) – 오늘은 무슨 얘길할까 ?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얘기에, 넋두리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것으로 글을 써나갈 충분한 힘이 된다.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찍히는 되는 여러가지 사소하고도 작은 사건들이 있다. 이런 사건들을 단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면 일기가 되고 수필이 된다. 그런데 그걸 그 다음날 새벽에 쓰려하니 잘 기억도 나지 않을 뿐 더러 기억이 난다 하더라고 느낌은 어디로 다 증발해…

영국일기(4) – 첫주를 보내고..

여기와서 맞는 두번째 주의 월요일. 나를 이곳으로 불러준 IM(Information Management) General Manager(부장급) 아닐 파텔(Anil Patel)이 2주간의 관리자 Workshop을 마치고 돌아왔다. 반갑게 나를 맞으며 그동안 엄청나게 쌓인 이멜과 96건의 보이스 메세지가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자랑인지 엄살인지 모를 푸념을 늘어 놓는다. 그의 자리에 앉아있다 옆의 탁자로 밀려난 나는 그가 누구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엿 볼 기회를…

영국일기(3) – 외로움과 여기 친구들

항상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고고한 척 살았고 혼자서 잘 놀기도 하나 마음 깊은 곳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틀간의 휴일을 앞 둔 금요일 저녁 호텔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썰렁함과 함께 고독의 냄새가 나를 질식 시키려는 듯 잠시 코끝을 스쳐 가슴을 파고든다.  오기전 게시판에 금촉수련하러 간다고 올린 글처럼 아마도 금촉수련이 시작되고 있나 보다. 하덕규의…

영국일기(2) – 적응

제트래그(Jetlag)라고 부르는 시차병으로 오늘도 새벽에 잠이 깼다. 3시. 어제는 4시 눈이 아프다. 하루종일 노트북 스크린의 깨알만한 글씨들과 씨름을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SAP Client s/w의 깨알은 아무리 해상도를 조절해도 요지부동 커지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중에는 그런 깨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이 일기를 우리 와이프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피우는 담배 때문이다. 핑계겠지만서도 담배를 피우지 않을…

영국일기(1) – 다녀오겠습니다 !

일요일 영국으로 출발합니다. SAP이라는 기업용 S/W 설치 Project에 test 참가 요청을 받았습니다. 12월경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장기 출장은 첨이라 좀 부담도 됩니다. 와이프와 새끼들도 보고 싶고 된장찌게 생각도 많이 날텐데… 참아야죠. 神仙되기 위해 거치는 3 가지 큰 수련이 있는데 그중에 금촉(禁觸)수련이란게 있습니다. 상념을 일으키는 것들과 일정기간 접촉을 끊는 수련이죠.  그럼으로써 진정한 자기 내면과 피할 수 없는…

영국일기 – 시작하기 전에…

글을 쓴다는 데는 남한테 보여준다는 전제가 따르고 그러다보면 자꾸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어 생각이 많아지고 가뜩이나 요즘 십이지장궤양이 도져 속도 아픈데…. 영국에 있다고 하니까 아줌마들이 알고 싶으신 게 많은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있자니 그것도 은근히 압력으로 작용하네요. ^^  그동안 어느 직장인 동호회에 영국일기라고 써 올린 게 있는데 그 때는 일만하던 때라 그야말로 나의 신변잡기에 가까운…

버킹검궁 락/팝 콘서트를 보며…

영국 본사에 일 때문에 와서 런던 남쪽 차로 한시간 거리의 Crawley(크롤리)란 작은 도시에 5개월 째 살면서 영국 남부 지역을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런던을 비롯해 남부 해안가 Briton(브라이튼), 런던 동쪽으로 Dover(도버해협), 서쪽으로 Wales, 그리고 북쪽으로 영국의 수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캠브리지와 옥스포드등… 영국의 사람과 문화에 대한 느낌이 없을 수 없겠죠 ? 그걸 간직만하고 요약하거나 단정하려 하지 않았는데,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