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기-마지막회

별 쓸거리도 없었지만 그래도 始와 終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서…^^
영국에서 보고 배워야 할 게 많을텐네
우리가 좀 닮았으면 하는 간단한 것 딱 두가지만 …

하나는 운전할 때,
우리는 상향등을 번쩍번쩍하면 ‘내가 먼저 갈테니 기다려라’ 혹은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빨리 꺼져 !’ 란 뜻으로 쓰는데 반해 저들은 ‘당신이 먼저 가십시오’란 뜻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영국 다녀와서 딱 한번 그걸 양보의 표시로 사용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그저께는 차가 끼어들라 하기에 실험적으로 상향등을 번쩍거려 들어오라 했는데 들어오려다가 다시 빠지더군요.

방송국 같은데서 켐페인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방송국에 종사하시는 분 계시면 생각해 보시죠.

두번째는,
수퍼마켓의 카운터, 영국도 우리처럼 아줌마들의 일거리인데 종종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애들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긴 전부 앉아서 일을 합니다. 반면 우리는 카운터에 아줌마들이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합니다. 영국처럼 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아님 종업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건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아줌마들,
나가 돈벌라 집에서 애들 뒷바라지에 살림할라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 (느티나무 아줌마들한테 아부는 하는 것 아님^^) 더구나 우리나라 남자들 맞벌이 해도 집안일은 분담하지 않는사람들이 많다면서요 ? (저는 직접 조사해 본적이 없어서…)

아줌마가 살아야 세상이 좋아진다고 볼 때 아줌마들을 이렇게 착취해서야…

혹시 희은누님이 이 글을 보시면 방송에서 위 두가지만이라도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해 보심이 어떨지요…

앞으로 단희님의 아르헨티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질 것이고 아울러 평호님이 그간 꼬불쳐 둔 보따리를 풀고 계시니 볼거리가 풍성할 것입니다.

그동안 제 글에 마우스 클릭하시고 읽어주시고 힘도 불어 넣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올립니다.

台湖.

영국일기(12) – 영국인

영국일기를 쓰면서 영국인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영국사람들 섭섭해 하겠죠 ^^.

영국인은 누군가 ?
이걸 설명하자니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  
이렇게 말하면 저런 것 같고 저렇게 말하면 이렇고 …
말이란 소통을 하는데 있어 적절한 수단이 안될 경우가 많죠.
말로 가둬두기 보다는 영국인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게 여러 사람 속이 편할 것 같아서…

관조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팅.
생긴 걸로 보나 노래로 보나 영국인의 Best Example 입니다.

경희님등 본토 사시는 분들의 번역교정이 좀 필요할 듯… ^^

Englishman in New York    

난 커피 대신 차를 마시지.
토스트를 곁들여서 말이야…
그리고 내가 말을 할 땐 (너희들과는 다른) 나의 억양이 있지.
난 뉴욕의 영국이거든.
5 번가를 걷고있는 날 봐바.

옆에 지팡이를 끼고 있는 날…
어딜 걷든 난 그 놈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네.
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거든…

난 이방인이야.
합법적인 이방인.
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란 말야…

난 외계인이야.
합법적인 외계인.
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란 말이야.

누군가가 남자에게는 매너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는 영웅이라 할 수 있지.

타인의 무지함을 견뎌내고 웃을 수 있는 게 남자란 말일세.
누가 뭐라하든 소신 껏 살게나.

난 외계인이야.
합법적인 외계인.
난 뉴욕에 사는 영국인이란 말이야.

겸손하거나 예의 바르게 바르게 굴다가는 나쁜 소릴 들을 수 있지.
결국엔 별종으로 끝장날 수 있단 말일세.
온화함,진지함 같은 건 이곳에선 찾아보기 어렵지.

밤에 촛불은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난다네.

남자가되려면 전투 도구 이상의 것을 갖추어야 하지.
총기 면허 보다 더 한 무언가가 필요할거야.
적들을 만나면 피할 수 있는 한 피해야 돼.

신사란 결코 뛰는 법이 없다네.

누군가가 남자에게는 매너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는 영웅이라 할 수 있지.

타인의 무지함을 견뎌내고 웃을 수 있는 게 남자란 말일세.
누가 뭐라하든 소신껏 살게나.

I don’t drink coffee I take tea my dear 

I like my toast done on the side
And you can hear it in my accent when I talk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See me walking down Fifth Avenue
A walking cane here at my side
I take it everywhere I walk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If “manners make the man” as someone said
Then he’s the hero of the day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Modesty, propriety can lead to notoriety
You could end up as the only one
Gentleness, sobriety are rare in this society
At night a candle’s brighter than the sun
Takes more than combat gear to make a man
Takes more than license for a gun
Confront your enemies, avoid them when you can
A gentleman will walk but never run
If “manners make the man” as someone said
Then he’s the hero of the day
It takes a man to suffer ignorance and smile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I’m an alien
I’m a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영국일기(11) – 한국인

어제 회사에서 책보다가 갑자기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에 대해 잠시생각해 봤다.

우리가 아무리 지난번 월드컵 때 코리아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렸고 메모리,LCD 생산 세계 1위, 자동차생산 5위 그리고 세계 12,3위의 무역대국이라고 해봤자 그런 수치는 내가 여기서 느끼는 한국의 위상과는 별 관련이 없는 듯 하다.

인터넷으로 BBC 뉴스를 듣다보면 아랍인들이 나와 말을 많이 하는데 서방세계와는 근본도 다르고 특히 미국,영국과는 적성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나름대로의 억양과 발음으로 영어는 유창하게 구사한다.

눈을 감고 지구를 한바퀴 돌아보니 싱가폴,홍콩,말레이지아,인도,태국까지 영어가 안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중동,아프리카까지 …

지구상의 오직 세 나라, 한국,일본 그리고 중국 만이 영어가 거의 안되는 나라인 것 같다. 이중 일본은 지금은 죽을 쑤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2위의 경제 대국이며 소니,도요다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가까운 미래의 경제대국으로 전세계가 알아주고 있으며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에 많은 서방 선진국들이 관심을 쏟고 있는 나라다.

결국 영어가 잘 안되는 세 나라중 한국만이 남는데 뭔가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게 뭔가 ?

BBC 인터넷 사이트에 보면 세계 각국어로 번역된 뉴스기사에베트남어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제3세계 언어들이 다 있는데 한국어와 일본어만 없다.  일본어가 없는 건 뭔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되는 데 반해  한국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피해의식 같은게 생긴다.

물론 한국인이 이 지구상에 그렇게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걸 볼 때마다 한국인이 이 지구상에서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한국의 문화와 정신의 진수를 조금 안다고 할 수 있는 나로서는 이 점이 늘 아쉽다.

세상의 사물을 크게 나누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상호보완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공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해 건물이나 인간이 존재가 가능한 것 처럼…

서양은 보이는 것 중심의 문명이고 동양의 정신문명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기반하고 있다.

그중 가장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유산을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오래 전에 서양인들이 우리나라를 ‘은자의 나라’ 라고 표현한 것이 아마 아직까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찬란하다는 반만년의 역사에 비해 그걸 증명해 보이는 유적이나 유물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영국은 나라 전체가 유적지라 할 만큼 모든 것이 잘 보존되어 있다. 보통의 집이나 건물들도 수백년 된 게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우리의 위대한 유산을 갖고 있다. 이걸 눈에 보이는 것만 알고 관심이 있는 서양인들이 알 수 가 있을까 ? 하긴 우리 자신도 모르는데…

그러나 분명 그 소중한 보물은 우리 모두의 핏속에, 맥박속에, 뇌리에 고고히 살아 숨쉬고 있다. 단지 느끼지 못할 뿐…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모두가 그걸 알게 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  아니면 끝끝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남아 보이는 것들을 지지하고 있을지…

2002.11.01

PS. 봉우 권태훈옹에 따르면 일제치하에 일본인들이 우리 상고사의 비밀이 담긴 수십만권의 책들을 불살러 버렸다고 합니다. 우리의 위대한 역사와 정신문화가 고스란히 사라져 버린 것이죠.

사쿠마상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는 말없이 듣고만 있더군요. 아마 그의 맘 속에 우리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 이야기 뒤에는 꼭 ‘일본과 한국은 같은 동이족으로서 한 핏줄이다’란 얘길 덧붙이곤 하죠.

*^^*—————————————————
어제 그동안 사용하던 셀라론 300짜리 컴을 펜티엄4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전에는 인터넷 하면서 MP3 들으면 CPU가 딸려서 노래가 끊어지곤 했는데 그게 없으니 좋네요.
영국에서 캠코더에 담아온 동영상을 편집을 해보려 하는데 생각대로 실천이 될지는 가봐야 알것 같네요. 제 맘이 워낙 변화무쌍해서 … ^^  제가 못하면 이번에 중학교 들어가는 딸래미에게 시키려 합니다. 포토샵등을 혼자 배워 하는데 꽤 잘 해요.

한때 무지하게 좋아했던 레너드 코헨 노랠 듣고 있습니다. 지금 제니퍼 원스와 함께 부른 ‘John of Arc(잔다르크)’가 흘러 나오는 군요.  LP에 담긴 오리지날을 제일 좋아 하는데 이건 인터넷 어딜 뒤져도 MP3로 된게 없네요. 제가 갖고 있는 LP에 이 곡이 있는데 턴테이블이 망가진 이후로 한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배영순님 이 노래 함 올려 주실래요 ?
레너드 코헨의 그 깊고 신비한 목소리를 느티나무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台湖.

영국일기(10) – 런던,옥스포드,캠브리지 구경

영국일기 쓴지가 한달도 넘은 것 같은데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가깝게는 어제 그제 주말에 그 유명한 대학이 있는 옥스포드와 캠브리지를 다녀 왔는데 토요일 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위성추적장치가 있는 사쿠마상의 차를 빌려 토요일 먼저 간 곳을 히드로 공항. 다음달(12월) 20일경 큰애 중학교 진학 문제 등으로 와이프가 애들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한다.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데 헤매이면 곤란할 것 같아 공항이랑 주차장이랑 위치파악을 위해 예행연습을 했다.

공항까지 1시간 거기서 옥스포드까지 1시간 두 시간 정도 달려서 옥스포드에 도착한 다음 길 옆에 차를 대고 담배 한대 피우면서 길을 물어 보려는데 앞바퀴를 보니 펑크(영어로 flat이라 한다. 얼마전엔 밧데리가 flat되었는데)가 나 있는 게 아닌가. 아이고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네… 한국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펑크를 여기서 겪다니. 옥스포드가 아니라 자동차 정비소를 찾는 게 급해졌다. 길 가는 아이한테 물으니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정비소(garage)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물어 물어 펑크가 나 덜덜거리는 차를 몰고 정비소에 차를 맡겼는데 손님이 많아 3시간이나 걸렸다.

정비가 끝나고 나니 날은 이미 저물어(겨울엔 4시면 컴컴해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옥스포드 대학 구경은 해야할 것 같아 차타고 한바퀴 돌다가 으슥한데 불법주차를 했다.
(여기는 동전을 넣고 주차권을 뽑아 차에 붙여야 하는데 동전이 없어서…)

보기에도 영민하게 생긴 옥스포드 대학생들 무리를 뚫고 대학 앞으로 가는데 비가 오는게 아닌가 (여기 겨울 날씨는 정말 며느리도 모른다.) 할 수 없이 차로 가서 집으로 가는데 와이프가 런던의 한국인 타운(한국 가게들이 많음.)이 있는 뉴몰든에 가보자 그런다. 난 그냥 집에 가고 싶었지만 언제 또 와이프의 한을 풀어주겠냐 싶어 가기로 했다.

속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내색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와이프는 속을 읽은 것 같다. 내 눈치 보는라 혼났다고 와이프가 나중에 불평을 하더군. 한국에서 같은면 며칠 삐질 일이었는데 다행히 그냥 넘어갔다.

그리하여 위성추적장치(GPS)에서 런던 그리고 뉴몰든을 찾는데 거리가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옆동네를 입력하고 가서 찾아 보기로 했는데 ….  런던의 밤거리 그것도 다운타운을 차로 간다는 게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GPS만 있으면 한밤중 폭우가 쏟아지는 지구 어느 한 구석에 있어도 걱정이 없다.

어느 신호등에서다. 신호가 바뀌는데 서기도 그렇고 해서 잽싸게 지나서 가는데 뒤에 앰블란스 소리를 내며 차가 따라 온다.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런데 이 차가 안가고 내 뒤를 따라오는게 아닌가 …경찰차였다. 차를 세우고 나갔다 나를 보더니 영어할 줄 아냐고 묻는다.그러면서 아까 신호등에서 빨간불이었는데 왜 지나 갔냐고 묻는다.
I could not stop. 설 수 가 없었다. (말이 좀 된다.) 한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그러더니 차 뒷좌석을 보고 갑자기 와이프가 영어 할 줄 아냐고 묻는다. 못한다고 했더니 나한테 설명을 한다. 애들 셋이 안전띠를 착용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은 시내에서도 안전띠를 매야 함.) 특히 막내가 가운데 있는데 급정거를 하면 애가 총알처럼 앞유리창으로 날아가 부딪혀 죽을 것이라 한다. (나도 넘 잘 아는 건데.. 늘 막내한테 주의를 주는데…)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기면 너는 나쁜 아빠가 될 것이라 한다. 그때 내 머리속의 기억은 얼마전 택시 탔을 때 기사 말이 떠올렸다. 뒷좌석의 가족도 안전띠를 매야하며 걸리면 벌금을 자기가 문다던가. ..하는데 액수가 엄청났던 걸로 기억한다.  아~ 이제 꼼짝없이 거금을 영국정부에 헌납하는구나 체념하며 이제 내가 뭘 해야하냐고 경찰친구에게 물었다. 이 친구 차에 타며 딱지를 끊으려 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조심해서 잘 가라며 가버린다.

기분이 참 묘했다. 자존심도 상했거니와 한편으론 젊은 경찰이 참 괜찮구나 하는 고마운 생각도 든다. 아마도 이 친구는 와이프가 영어를 했다면 와이프한테 그런 위험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마들이 더 세심하게 아이들 생각을 많이 할테니..그러한 배려도 참 고맙게 느껴지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어쩌면 오늘 소식은 그 젊은 경찰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을 위한 것이다.)

그런 사건을 치루고 뉴몰든을 찾아 가는데 도무지 찾을 수 도 없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은 캠브리지로 향했다. 런던 북쪽으로 50마일(80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데 (옥스포드는 런던 북서쪽에 위치) 고속도로(모토웨이)를 빠져 나오니 Park & Drive,란 푯말이 보인다. 영국은 좀 유명한 관광지는 주차하기가 까다롭다. 한눈에 여기다 주차하고 버스로 관광하라는 것 같아서 그리로 갔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왕복 1.4파운드 (애들은 무료)짜리 왕복 티켓을 끊고 이층버스를 탔다. 캠브리지에 각 단과대학이 34개가 있다는 건 인터넷을 통해 봤다.  그런데 다 볼 수 는 없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아줌마한테 물어서 Main college가 있는 곳에 내렸다. 작은 도시인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쇼핑거리에서 일어났는데 거긴 차가 쇼핑거리 한 가운데로 지나 다닌다.  가족이 앞서가고 내가 뒤따라가는데 우리 4살짜리 아들이 아빠를 보더니 막 달려오는데 차가 바로 달려 오고 있었다. 순간 와이프가 비명를 지르고 다행가 차가 한 두걸을 정도 앞서서 지나갔다. 운전사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우리 막내는 아빠가 자기를 혼낸 줄 알고 삐져서 애 달래는데 또 한참 걸렸다. (독사진 3장 찍어주고 화해함.)

암튼 가장은 이래저래 참 고달프다.

지나가는 학생한테 메인칼리지가 어디냐고 했더니 그런 건 없고 캐브리지시 내에 34개의 단과 대학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우린 관광객이니 좋은 데 하나 알려 달라고 했고 그 친구들 King’s College를 소개해주고 멋진 곳이라며 자랑섞인 듯 우쭐한다.

킹스칼리지는 의약 쪽으로 유명한 대학이라고 한다. (그날 저녁 집에 식사하러 온 인도 청년 나빈이 그럼..)
학교 구경을 잘하고 학교 앞 작은 거리의 가게에 들러 구경하러 와이프와 애들이 들어간 사이에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 기다리는데 가게 앞에 행색이 남루한 차림의 젊은이가 ‘빅이슈’라 소리내면서 무슨 잡지 같은 걸 파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잠시 후 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그에게 보온병에 든 따뜻한 커피와 자기들이 먹으려고 산 것으로 보이는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에 우유까지 친절하게 따라 주는 것을 지켜봤다. 아마도 이 친구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서 있는 걸 보고 이 맘 착한 남녀 학생이 자길들 음식을 나누어 준 것 같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고 나서 남학생은 그에게 뭔가 유쾌하게 얘기를 한 뒤 갔다.

아름다운 한쌍의 젊은이들은 봤던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참 감동적이었다.

나도 호기심이 생겨 그 친구한테 다가가서 들고 있는게 무어냐고 물었다.잡지였다. 노란 표지를 덧붙인 잡지였는데 검은 손글씨로 쓰인 Rock band인 ‘Radiohead’란 글씨도 보이고 앞에 CD가 한장 붙어 있었다. 뭐 했더니 음악CD라 한다. 1.2파운드 하는 걸로 봐서는 불법 음반 같은데… 2파운드를 주고 잔돈을 받기가 머쓱해서 내가 잔돈을 안받아도 돼냐고 좀 이상한 질문을 했더니 고맙다고 하면 잡지를 건네준다. 도음을 준다 하기에 넘 적은 돈이고 이 친구도 무슨 본격적인 거지도 아니라…

옥스포드보다 캠브리지가 더 아기자기하고 볼 거리가 많은 동네인 것 같다.아직도 눈에 선한 건 캠브리지의 작은 거리를 활보하거나 떼를 지어 자전거를 타고 내 달리는 캠브리지 대학생들. 그들의 모습에서 활력, 검소함,소박함,순수함… 그런 것들을 느꼈다. 앞으로 일,이십년 후에는 이들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 가겠지…

어떤 이름난 관광지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느낌이었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글을 다듬어 작문 능력의 한계를 떠나서 나의 이 느낌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담아보고 싶었는데…

벌써 여기 시간으로 7시48분… 된장국해 놓고 기다리는 식구들한데로 …

2002.11.26

*^^*————————————————

종규님이 미국이야기가 끝나니 웬지 제가 좀 부담스럽네요.
그동안 미국이야기 뒤에 숨어서 글을 올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는데 제가 전면으로 나섬에 따라 느티나무 식구들의 기대감은 몽땅 제 어깨로 옮겨온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남은 이야기가 몇개 없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들을 많이 가지고 올 걸 하는 아쉬움도 드네요.
한 몸 지탱하는데 허덕이다 온 것 같기도 하고… ^^

台湖.

영국일기(9) – …

글 몇줄 쓰는 것도 창작이라 뭔가 고이지 않으면 퍼낼 게 없죠. 요즘 내가 그렇습니다. 
가족들이 온 이후로 감상의 샘물이 마음의 우물에 고이지 않고 어디론가 다 새어 나간 느낌입니다.
역시 창작이란 잘 하든 못하든 마음의 배가 고파야 되는 것 같군요.  
와이프가 해주는 밥과 된장국에 배가 부르니 아무 생각이 없네요.

지난주 토요일은 식구들과 함께 차를 몰고 브라이튼에 갔습니다.
영국의 남쪽에 위치한 해안도시로 유흥지(유흥가 보다는 건전한 의미로)로 많이 알려져 런던에서도 이리로 놀러 온다고 하는군요. 회사 직원의 소개로 이곳에 있는 오뚜기 수퍼라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 갔습니다. 그날은 주인이 중국으로 출장을 가서 만나진 못하고 된장,고추장 ,쌀등 우리 음식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브라이튼에는 한국 어학 연수생이 좀 있다고 합니다.

일요일은 주박사(회사 직원) 따라서 영국여왕이 제일 좋아한다고 하던가 하는 윈저성(Windsor Castle)에 갔습니다. 가족용(4인) 입장료로 30 파운드를 내고 들어가서 성안의 화려한 내부와 골동품들을 구경했는데 애들은 별 관심이 없고 제 아내만이 열심히 구경을 하더군요. 나는 역사나 유적등에는 본디 취미가 없어서 별 인상깊은 게 없었고 단지 이거 만드느라 고생한 백성들 생각이 나더군요. 그리고 그런 호사를 누리는 왕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진정 백성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만 잠시 생각했습니다.

영어실력이 많이 좋아질 거란 기대와 달리 점점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앉아서 책보고 컴퓨터 화면 들여다 보고 하니 말이 늘리가 있나요 ? 거기다가 영어가 서툰 사쿠마상과 주로 얘기를 나누니 영어가 하향 평준화 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귀라도 뚫고(귀걸이가 아님^^) 돌아가잔 생각에 TV를 항상 켜놓고 집중하려 합니다. 이제 한달 반이 가고 한달 반이 남았는데 얼른 가고 싶습니다.

한국시간으로 7시34분이군요. 딸래미가 사용하는 노트북은 한국시간에 맞춰져 있거든요. 이제 귀 좀 뚫다가 자야겠네요.

2002.10.17

*^^*————————————————–
가족들과 방학동 아버지댁에 와 있습니다.

명절엔 늘 그렇지만 음식과 TV로
몸과 정신을 둔하디 둔하게 만듭니다.

어쩌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제겐 좋은 휴식일지도 모르죠.

잠시 생각의 엔진을 끄고
센서의 감도를 낮춰서
저급한 정보만 허용한 채 멍하게 사는 것
머릴 비우는 거죠 …

느티나무 언덕 친구들,
새해엔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 지길 빕니다.

台湖.

영국일기(8) – 졸린 눈을 비비며…

식구들은 잠들고 지금은 글을 올릴 마음은 아닌데 연재를 하다보니 의무감 비슷한 게 발동하네요.

가족들과 이곳 영국에 살림을 차린 지가 일주일이 다 되어 갑니다. 외로움이 사라진 대신 다른 사소한 걱정거리들이 생기네요. 별 것들은 아니지만…

하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큰 애의 지루함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쓰지않는 노트북을 회사에서 빌려와 인터넷으로 친구들과 채팅을 하긴 하지만 하루가 아마 무척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합니다. 천안에 있으면 학교갔다 돌아 와서 컴가지고 좀 놀다 학원가고 밤이 늦어서야 집에 오는 바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조용한 영국의 시골 동네에 친구도 없이 동생들이 있긴 하지만 하루종일 얼마나 지겹겠습니까 ?

그래서 딸 아이에게 ‘여기 놀러 온게 아니라 여러가지 배우러 온 거야. 이런 지루한 생활을 참아내는 것도 중요한 거란다.’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딸아이도 금촉(禁觸)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죠.

반면에 막내(4살)와 둘째 딸(8살)은 여기 온 걸 무척 좋아합니다. 집이 2층이라 신기한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하루종일 잘 노네요. 막내는 집에 갈때 계단을 갖고 가자고 합니다 ^^.

여기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브라이튼이란 남쪽 해안도시에 직장동료가 머물고 있는데 그저께는 거기에 있는 한국 수퍼에서 김치,우리 쌀,된장,깻잎,참기름,간장,만두등을 사왔습니다. 신김치에 흰쌀밥만 먹어도 어떤 고급 요리 부럽지 않습니다. 호박에 풋고추 그리고 공장에서 나온 된장을 풀어 끊인 된장국도 좋고요. 이제 배가 슬슬 다시 나오려 하는 것 같네요.

이번주 일요일은 브라이튼의 동료와 우리 가족이 윈저성이란 곳으로 놀러갑니다. 김밥 싸가지고서… 우리 가족들이나 저나 한 주간의 묵은 상념들을 털어내고 좋은 시간을 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제 회사의 차장 한사람이 본의 아니게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전직원들한테 메일을 띄웠는데 첨부된 시가 가슴에 와 닿네요.

– 성 공 –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알며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평의 정원을 가꾸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게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200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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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임원중 한 분이 회사를 떠나 송별식에 참석했습니다. 1차가 끝나고 2차는 맥주집, 그런데 젊은 직원들이 바람을 잡아 3차로 나이트클럽까지 갔습니다.

5개월 만에 돌아온 천안은 또 여기저기가 변해 있더군요. 한적했던 곳인데 거기 나이트 클럽이 들어서며 그에 죽이 맞는 여러가지 시설들(여관,포장마차등등)이 들어서고 있네요.  

여러 해 전에는 영국의 IT Manager 아닐 파텔이 일년에 한번 정도 천안을 방문하곤 했는데 올때마다 바뀌는 도시를 보며 놀랍 다고 하더군요.  영국같은 선진국은 이미 모든 게 안정이 되어 거의 변화가 없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으면서 급격한 변화에 익숙한 저로서는 그 친구의 놀라움이란 어떤 느낌일까 하는 궁금함도 생깁니다.

2차만 하고 집에 가려했는데 잘 아시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그게 쉽지 않지요.  아무튼 오랜만에 지극히 한국적인(?) 놀이문화의 맛을 봤습니다.

춤맹이지만  적당히 취한 상태에서 나이트 클럽의 라이브밴드의 연주를 감상하고  현란한 싸이키 조명아래 춤추는 남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단지 제일 싫은 건 같이 간 사람들이 그런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 것.

台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