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기(9) – …
글 몇줄 쓰는 것도 창작이라 뭔가 고이지 않으면 퍼낼 게 없죠. 요즘 내가 그렇습니다. 가족들이 온 이후로 감상의 샘물이 마음의 우물에 고이지 않고 어디론가 다 새어 나간 느낌입니다. 역시 창작이란 잘 하든 못하든 마음의 배가 고파야 되는 것 같군요. 와이프가 해주는 밥과 된장국에 배가 부르니 아무 생각이 없네요. 지난주 토요일은 식구들과 함께 차를 몰고 브라이튼에 갔습니다. 일요일은 주박사(회사 직원) 따라서 영국여왕이 제일 좋아한다고 하던가 하는 윈저성(Windsor Castle)에 갔습니다. 가족용(4인) 입장료로 30 파운드를 내고 들어가서 성안의 화려한 내부와 골동품들을 구경했는데 애들은 별 관심이 없고 제 아내만이 열심히 구경을 하더군요. 나는 역사나 유적등에는 본디 취미가 없어서 별 인상깊은 게 없었고 단지 이거 만드느라 고생한 백성들 생각이 나더군요. 그리고 그런 호사를 누리는 왕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진정 백성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만 잠시 생각했습니다. 영어실력이 많이 좋아질 거란 기대와 달리 점점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앉아서 책보고 컴퓨터 화면 들여다 보고 하니 말이 늘리가 있나요 ? 거기다가 영어가 서툰 사쿠마상과 주로 얘기를 나누니 영어가 하향 평준화 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귀라도 뚫고(귀걸이가 아님^^) 돌아가잔 생각에 TV를 항상 켜놓고 집중하려 합니다. 이제 한달 반이 가고 한달 반이 남았는데 얼른 가고 싶습니다. 한국시간으로 7시34분이군요. 딸래미가 사용하는 노트북은 한국시간에 맞춰져 있거든요. 이제 귀 좀 뚫다가 자야겠네요. 2002.10.17 *^^*————————————————– 명절엔 늘 그렇지만 음식과 TV로 어쩌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제겐 좋은 휴식일지도 모르죠. 잠시 생각의 엔진을 끄고 느티나무 언덕 친구들, 台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