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기(6) – 가족맞을 준비를 하며…

오늘 낮에 카운티 몰(백화점 같은 곳)에 가서 식구들이 쓸 침구(bedding)를 샀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엔 수퍼스토어(Superstore)에 들러 오렌지,토마토,사과등의 과일과 야채,드레싱등도 샀습니다. 도착 다음 날 시차적응이 안되는 가족들의 아침을 해결하니까요.

지난 20일 동안 진공청소기로 한번 밀은 거외엔 청소를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수건을 걸레삼아 나무바닥으로 된 방만 걸레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러그(Rug)를 깔고. 이 러그란 놈은 마로 만든 것 같은데 가마떼기 보다 많이 촘촘하고 카페트보다는 성긴 놈입니다. 여기다 애들 이불,베게 등을 사서 까니 좀 좁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 서울에 사는 동서와 전화를 했습니다. 잠실 신천에서 DVD방을 하는데 요즘 경기가 아주 나쁘다고 그러네요.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랍니다. 우리 회사도 주로 반도체로 먹고 사는데 경기가 쉽사리 호전되지 않네요. 구조조정 얘기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고요. 인터넷 신문을 보니까 IMF가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그런데다가 정치판을 보고있자면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 정치하는 사람들 정말 막 가는 사람들입니다. 파렴치하고 몰염치하고 … 막가파가 따로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에 익명의 독자들이 달아 놓은 꼬리를 읽었습니다. 말도 많고 누가 맞는 건지 모를 온갖 설들이 횡행하더군요. 글을 풀어가는 솜씨나 논리로 볼 때 함부로 거짓을 유포할 사람들은 아닐 것 같은데 그 글들을 다 사실이라 하면 정말 믿을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보여주는 것과 실제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그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혼란스럽기 까지 합니다. 하긴 세상살다 보면 별의 별 놈들이 다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렇듯 세상은 어지럽고 그래도 우린 그 어지러운 가운데서 삶을 꾸려가야 하니 참 사는게 뭔가 싶네요. 오늘 밤도 백열등불 아래 땅콩에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습니다.

조동진의 ‘항해’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고난의 밤은 지나고
새벽 찬바람 불어와 우리의 텅빈 가슴으로

이제 더 찾을 것도 없는 방황의 날은 끝나고
아침 파도는 밀려와 발 아래 하얀 거품으로

끝없는 허무의 바다 춤추는 설움의 깃발
모든 걸 바람처럼 우리 가슴에 안으니
오랜 항해 끝에 찾은 상처입은 우리의 자유…

 

2003년10월7일.


의무감에 가까운 맘으로 올립니다.
초은로사님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각하니 영 기분이 안납니다.

위의 조동진의 항해에서 제가 좋아하는 구절중 하나가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고난의 밤은 지나고…’

그렇게 고난의 밤은 지나고 모든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부디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台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