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기(4) – 첫주를 보내고..

여기와서 맞는 두번째 주의 월요일.

나를 이곳으로 불러준 IM(Information Management) General Manager(부장급) 아닐 파텔(Anil Patel)이 2주간의 관리자 Workshop을 마치고 돌아왔다. 반갑게 나를 맞으며 그동안 엄청나게 쌓인 이멜과 96건의 보이스 메세지가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자랑인지 엄살인지 모를 푸념을 늘어 놓는다. 그의 자리에 앉아있다 옆의 탁자로 밀려난 나는 그가 누구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엿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동료들이 찾아와 Workshop은 좋았냐고 부러운 듯(내 생각에) 묻는데 ‘남들은 내가 2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고 생각하는데 자기는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변명처럼 대꾸한다. 여기서는 이 친구가 다녀온 Workshop이 임원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Director의 길을 약속 받은 것이다. 삼성에서 임원이 되면 22가지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전 신문에서 기업마다 임원들 연봉차이가 최고 100배까지 난다고 조사된 걸 읽은 적이 있다. 언젠가 여기 한 친구가 현재의 CIO(Chief Information Officer)가 몇년 후 은퇴할 것이고 그때는 양손 가득히 돈가방을 들고 나갈 것이라고 몸짓까지 해가며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본사 임원도 꽤 대접을 받는 것 같다.

담배가 떨어져 식당 옆에 있는 담배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려는 순간 누가 등을 톡톡 치는게 아닌가. 돌아보니 여기 담배가 비싸니까 자기 것을 피우라며 입을 벌린 담배갑을 내민다. 여기 담배값은 엄청 비싸다. 4.5 파운드(1파운드가 1900원 남짓) 그러니까 대략 9천원 정도 한다. 담배를 권한 친구와 명함을 주고 받았는데 Senior Engineer(인도계 영국인)인 그는 내 타이틀을 보더니 ‘오 General Manager !’ 하며 나직히 탄성을 지른다. 내게는 직급이 높은 사람에 대한 가벼운 경의와 경멸이 섞인 것 처럼 들린다. 나는 지사의 직책은 별 것 아니라고 애써 답했다. 본사의 General Manager는 지사의 사장과 대우가 비슷하다고 들었다. 내 명함 뒤에는 부장/이사대우에 해당하는 General Manager란 타이틀이 붙어 있는데 난 이게 싫어 이멜 뒤에는 항상 그냥 Manager라 쓴다. 지금 이사대우라 직원들은 이사라 부르지만 이것도 거북하다. 난 천성적으로 거품을 싫어한다. 거품이 낀 만큼 어떤 식으로든 나중에 토해낼 것이 있다는 걸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Group에서 상당한 파워를 갖게 될 아닐 파텔과 일하는 짬짬이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SAP도입 이후에 할 일이 별로 없게되는 나와 사쿠마상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고 그래서 이곳에 부른 것이란다. 우리를 지사의 SAP Champion으로 키우려 하는 계획이다. 그를 만난지 7년째 되는데 그는 매우 정치적이어서 나나 다른 동료들하고 있을 때와는 다르게 자기 윗사람들하고 있을 때는 말을 무척 아낀다. 어떨 땐 속을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와 사쿠마상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대접할 때는 그냥 평범한 가정의 착실한 가장의 모습이 역역하다. 한편으론 나나 사쿠마에 대한 일종의 연민도 갖고 있는 것 같다.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에 진실이 담겨있는 것은 알 수가 있다. 거기에 자신의 다른 이해관계도 걸려있을지 모르지만… 영어가 많이 딸리는 사쿠마상은 여기와서 영어 개인교습도 받았다고 한다. (이걸 사쿠마상에게 확인해 보니 그는 겸연쩍은듯이 웃으며 내 머리를 톡 건드리며 부끄럽다고 했다.) 1대1 교습이라 돈도 적지않게 들어갈텐데 나도 원하면 보내주겠다고 한다. 본사 제너럴 매니저의 파워가 쎄긴 쎄다. 예산의 통제가 까다로운데 특히 지금은 반도체산업의 Downturn(경기침체) 기간이라 원가 절감한다며 법석을 떨었는데 이 사람들 돈 쓰는 걸 보니 여유가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에도 지배구조의 상층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예산과 별 상관없이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전체예산은 본사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그 범위 내에서의 분배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물론 간단한 조회프로그램 만들어 화일 하나만 뒤져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다. 왜 그러냐구요 ? 피곤하니까 … ^^

한계는 있겠지만 이런 힘있는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한 3~5년 정도 다니다 명퇴하고 장사나 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2~3년 더 늘릴 수도 있지 않을까 ? ^^ 누군가가 나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글을 빌어 감사를 올린다.

요즘은 80년대 히트한 소설 ‘단(丹)’의 실제 인물인 봉우 권태훈 선생님(94년에 작고하심.)과 인연이 생기는 것 같다. 그 분 생전의 일화가 담긴 책을 읽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휘날리는 백발의 그 분 모습 보면 뭔가 찌릿하게 전해 온다. 연정원이라는 생전해 계실 때 부터 운영하던 수련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호흡 수련법을 카피해 놓고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16단계로 되어 있는데 1단계는 초보 입문단계로 호흡 보다는 20일간 매일 1시간 동안 정좌하며 일어나고 스러지는 생각을 관하는 것이다. 어제 처음 시도했는데 45분쯤 돼서 다리가 넘 아파 포기했다. 보다 깊은 단계에 가면 하루 아침저녁 2시간씩 총 4시간을 정좌하며 호흡 시간을 늘려가는데 한 호흡을 1분 정도로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정신계의 초등학교 졸업수준이 된다 한다. 그러니 지금 나는 정신계의 유치원생이라 보면 딱 맞을 것이다. 결혼하기 전에 구독하던 선사상이란 잡지에 이 분 인터뷰가 실린 적이 있었는데 한 호흡이 2분 정도로 늘어나면 격벽투시(벽을 뚫어 보는 능력)가 가능해 진다고 한다. 이런 道가 아닌 術法들을 부각시키다 보면 자칫 선생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가 있는데 그래도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세상을 알리는데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오늘은 1시간 동안 버텨볼까 한다.
그럼 또…

2002년9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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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1월15일)는 사쿠마상과 함께 우리한테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 감사의 표시로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먼저 우리를 여기에 불러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 아닐 파텔, 바쁜 가운데도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려 애 쓴 인도인 컨설턴트 아리야 그리고 잘 알고 지내는 친절한 다른 제너럴 매니저, 자마이카 흑인인 영국인 Howard Linton…

Crawley 인근의 Horsham에 타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내가 계산을 했다. 물론 내 돈이 아니라 내가 쓸 수 있는 회사예산에서…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아닐 파텔로부터 메일이 날아왔다.
어제 먹은 거 자기가 지불하겠다고 계산서 가지고 오란다.
나는 회사 비용으로 냈으니 걱정말라고 했다.
내 주머니 사정이 염려가 됐던 모양이다.
전에도 이런 식의 배려를 여러번 해준 적이 있다.
여기서 우리 딸아이들 학교보낼라고 했는데 잘 안돼서 하루 한시간씩 영어 가정교사를 불렀는데 그 비용의 반도 그 친구가 대줬다. (물론 자기 예산을 사용한 것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냉정하고 정치적인데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함을 지닌 친구다.

台湖.

영국일기(3) – 외로움과 여기 친구들

항상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고고한 척 살았고 혼자서 잘 놀기도 하나 마음 깊은 곳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틀간의 휴일을 앞 둔 금요일 저녁 호텔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썰렁함과 함께 고독의 냄새가 나를 질식 시키려는 듯 잠시 코끝을 스쳐 가슴을 파고든다.  오기전 게시판에 금촉수련하러 간다고 올린 글처럼 아마도 금촉수련이 시작되고 있나 보다.

하덕규의 가시나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고 …’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바람은 인간의 외로움을 자극하나 보다.

하덕규는 강원도 산골에서 외로운 어린 시절을(아마도 부모와 떨어져..) 보냈지만 나는 부모와 형제 친구들 속에서 전혀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 왜 이리 외로움을 잘 타는가 ? 남들도 다 그런가 ? 보통 사람들은 외로움을 애써 피하거나 느끼더라도 잘 표현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외로움과 슬픔을 안으로 삭혀 아름다운 노래로 승화시킨 가수 조동진의 ‘슬픔이 너의 가슴에…’

슬픔이 너의 가슴에 갑자기 찾아와
견디기 어려울 때 잠시 이 노래를 가만히 불러보렴
슬픔이 노래와 함께 조용히 지나가도록
내가 슬픔에 지쳐있었을 때 그렇게 했던 것 처럼

외로움이 너의 가슴에 물처럼 밀려아
견디기 어려울 때 잠시 이 노래를 가만히 불러보렴
외로움이 너와 함께 다정한 친구되도록
내가 외로움에 잠 못 이룰때 그렇게 했던 처럼.’

내게 조동진은 뛰어난 감성으로 서정적인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가수로 보이기 보다는 구도자로 보인다.
하긴 모든 사람은 다 구도자이다. 누구나 의식하든 모하든 변치않는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상위 랭크된 TV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가 아닌 태음인 ‘나’는 그냥 가는대로 내버려두면 자꾸 안으로 움츠러 들고 수렴해 들어가면서 감상에 빠져 우울해 하곤 한다. 태음(가을)이 소음(겨울)으로 가는 것이다. 젊은 시절 한 때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고 장담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림없는 소리다. 결혼을 안했으면 아마 사십도 못 넘기고 갔을 것이다. ^^

음양과 사상을 알게 된 뒤로 나의 이런 체질이 보다 분명하게 느껴진다. 즉, 나의 단점을 깨달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안다고 하는 것과 깨달았다고 하는 것의 차이는 행동이 뒤따르느냐 않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그것을 깨달았다고 말 할수 있는 것은 나의 단점을 극복해 보려는 구체적인 행동이나 다짐이 나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동안 친구들 많이 사귀고 외로워 하지 않고 재미있게 놀다 돌아갈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알고 지내는 친구들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사람들 얘기를 해보기로 한다.

제일 나에게 잘 해주는 친구는 아프리카(케냐?) 태생 인도계 영국인 Ajit Patel이라는 RPG programmer로 나이는 30세 정도이고 Anil Patel이라는 나를 불러준 International IT manager의 조카이기도 하다. 현재의 Group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정보담당임원)가 몇년 뒤에 물러나면 그의 엉클인 Anil Patel이 그 자리를 승계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곳 영국뿐 아니라 미국까지 파다하다. 막강한 후원자를 업고 있는데 비해 이 친구는 별 기대를 않는 것 같다. 킥복싱을 좋아하고 좀 껄렁껄렁한 태도에 성격도 급해 보이며 다소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친구다. 유유상종이라 그런가 나하고 친한 이유가 …

재작년 우리나라 왔을 때 내가 친절하게 해줘서 그런가 나만 보면 항상 뭔가를 해 주려 애를 쓴다. 이번 주말에 뭐할거냐고 물어보길래 이번 주말은 사양을 했다. 이 친구는 나의 사적인 생활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

지난 오월에 여기 왔었을 때 맥주를 마시며 인터넷을 이용해 백만장자가 되는 법을 (우리나라에선 이미 실패모델로 확인된) 가르쳐 주겠다는둥 허풍을 떨다가 이번에 만나서 백만장자 계획이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물어 보니 반응이 시큰둥하다. 한번은 Freemason(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를 아느냐 물으면서 거기 가입하려 한다고 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프리메이슨은 전세계 정치,금융 및 언론계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계 비밀단체로 세계를 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야욕을 가진 미국을 뒤에서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로 역대 다수의 미국의 대통령과 많은 서양의 지도층 인사들이 이 단체의 회원이라 한다.

그러나 들은 얘기일뿐 난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단지 그 조직은 몇단계로 되어 있냐고 물었더니 33등급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조직에는 33개의 커튼이 쳐져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네가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하나의 커튼이 열리게 된다고 했고 다음 단계의 커튼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너는 잘 알 수 없을 것이라 말해 주었다. 이건 꼭 나쁜 뜻으로 하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조직은 그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 가정을 봐도 그렇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커튼이 있게 마련이다. 부모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가 자식들과 공유될 수 없기도 하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얘기가 너무 빗나가는군…

다음은 사쿠마 요시이라는 일본의 IT Manager에 대해 얘기하련다.
이 양반은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나한테는 큰형님 뻘인데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든다. IBM Japan출신인데 영어는 잘 못한다. 그는 전혀 서양 체질이 아니다. IBM에 있을 때도 외국인들을 피해 다녔다고 한다. 아들이 셋 있는데 큰 아들은 대학 졸업반이란다. 95년에 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공항에 바래다 주는 길에 시간이 남아 나고야성 구경을 시켜주었다. 그곳 박물관에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부터 안중근 열사에 의해 제거된 이등박문등 우리의 웬수들이 그들의 영웅이며 위인으로서 커다란 초상으로 걸려 있었다.

사쿠마상은 어찌보면 재미있는 사람이다. 어린 아이처럼 천진한 면도 있고 어제는 SAP System의 우리 같은 3세계 직원들에게는 오픈되지 않을 비밀스런 부분에 들어가 보았다고 마치 친한 친구에게 몰래 간직한 비밀을 털어 놓듯이 알려 주었다. 그들이(영국본사) SAP의 핵심적인 부분을 결코 동방의 오랑캐(동이족)이 접근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우리는 서로 동의 했다. (일본과 한국은 중국대륙의 한족과 다른 동이족으로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이란다.) 또한 어제 점심시간에는 우리의 앞날에 대해서 더듬거리는 영어로 얘기를 나누었다. SAP이 완전히 정착이 되면 자신은 조직에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 했고 2005년이나 2006년 정도면 짤릴 거라 말한다. (일본의 회사 정년은 60세라 한다.)

회사에 SAP이 들어 오면서 크게 변하는 것중 하나는 미국,일본,한국등 각 지역에 있는 기존의 ERP Server(IBM AS/400)와 ERP S/W들이 철거되고 SAP S/W와 Server는 영국 그것도 우리의 모그룹에만 설치되고 다른 곳은 네트웍을 통해 그곳 프로그램에 접근해 일을 한다. 다국적 기업의 일반적인 행태다. 따라서 우리는 핵심 Business를 지원하는 Server와 S/W를 잃게되고 역할의 중요성이나 할 일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지사의 전산관리자들은 떠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회사 그만두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기처럼 나이 든 사람은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어떻게 먹고 살며 연금은 얼마나 되느냐고 계속 물었다. 이런 사생활 캐는 질문은 같은 동이족끼리나 서슴없이 되는 것이지 서양사람들 한테는 실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직감적으로 같은 동이족임을 알고 있었다. 암튼 이 양반이 좀 안돼 보인다.(어쩌면 내가 더 어려울 지도 모르지…난 연금도 못 받을텐데 ^^ 늘 와이프는 나의 이런 점을 지적한다. 자기 걱정이나 하라고 …) 연금은 월 30만엔(300만원) 정도 된다고 하길래 먹고 살만하지 않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서로 다른 사무실에 앉아 있어서 점심 먹으러 가자고 찾아오고 담배 피우러 가자고 오고 자주 찾아온다. 같은 동이족끼리 소통하는 방식이다.어제 같이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토요일도 같이 일하자고 했다. SAP을 열심히 배우자 서로 다짐하며…동병상련인가 ^^

내가 몇년전에 SAP Korea에 지원하여 Interview까지 했었던 것이며 몇 달전에 헤드헌팅 회사로 부터 미국계 회사의 ERP Project에 대한 Job 오퍼와 함게 이력서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사양한 적이 있었던 일이며 나이든 사람에게도 기회는 올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실력만 있다면 나이는 극복될 수 있다는 신념을 얘기해 주었더니 나한테 ‘Aggresive(공격적인)’하다면서 담배를 하나 달라고 한다. 내 말에 매우 고무되었던 것 같다. 한 줄기 희망을 얘기 해주니 인지상정이라 고무될 수 밖에… 지금 10년째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에 대해 사쿠마상이 나이의 벽과 함께 느끼는 절망감이 어떠한가를 잠시 느낄 수 있었다.

사쿠마상을 통해 나빈(Naveen)이라는 미국에서 Java programmer로 B2B S/W 개발을 하는 인도청년을 만났다. 20대 후반의 나이로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고 가족은 인도에 있으며 5년째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순진하고 빛나는 눈빛을 가진 친구로 마음도 투명한 친구다. 그의 영어는 발음이 너무 나빠 처음엔 거의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누가 별로 말도 걸어주지 않는 3세계인들은 외로워서 그런가 서로 쉽게 친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동이족은 아니더라도 같은 아시아인으로서의 공유되는 정서가 분명 존재한다. 덜 개인화되었다는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난 인도인을 만나면 대뜸 내가 아는 인도의 구루(Guru,스승)들 얘기를 꺼내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런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전통적인 인디안이 아니라 모던 인디안들이다. 나빈 역시 모던 인디안이다. 그런데 그는 열심히 믿지는 않지만 힌두교를 믿는다고 한다. 인도의 종교나 철학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은 없고 잡다한 키워드에 대해서만 알고 있는 나는 이것 저것 끄집어 내어 말하면 그는 쉽게 공감을 한다. 모든 길은 하나에서 만난다.

그는 모던이지만 자기들의 전통에 대한 애정이 살아있다. 그에게 강한 종교적 성향이 잠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몇년 전에 동서가 뒤늦게 신학대학 다닐 때 영어를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신학교재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아인쉬타인은 생전에 한번도 교회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보다 더 종교적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많은 돈을 들여 법당을,성전을 짓고 신도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이번 주 토요일 런던에 친구들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하길래 읽어야 할 책이 있다는 핑계로 사양했다. 다음에는 사양하지 말고 같이 어울리리라.

여기와서 몇개월 있는다고 영어가 저절로 느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자주 교류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이 혼자 SAP가지고 노는 일이라 그런 기회가 별로 없다. 사쿠마상이나 나빈의 영어는 공부에 별 도움이 안된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얘길 나누어야 한다.

건물내에서는 금연이라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전부터 안면은 있었는데 통성명은 하지 않았던 여자가 담배를 피우러 나온다.바람이 몹시 불어 그 여자가 있는 쪽으로 몸을 피하러 갔는데 그 여자는 날 보며 ‘Windy ! 바람이 세지 ?’라면서 말을 건낸다. 그녀 이름은 페이타, 독일에서 와서 지난 4월 부터 SAP Project team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상호간에 기본적인 호구조사 정보를 교환한 뒤 헤어졌다. 그 밖에 프랑스에서 온 여자도 있는데 앞으로 말도 트고 가능하면 술도 한잔할 기회를 만들어 볼까나 ? ^^ (근데 다 아줌마들이다.) 여기 아줌마들도 우리나라 아줌마 못지않게 대단한 것 같다. 그들은 가끔 사무실이 떠나가라 깔깔대고 웃어댄다. 아줌마들은 다 똑 같은가 ?

마지막으로 한 친구 더 소개하자면 조나산(정확치 않다.)이라는 한국계 독일인인데 75년에 태어나 1살까지 서울에 살다 독일에 입양되었다고 한다. 자기 형제중 하나는 일본인 혼혈인데 자기네 가족은 international family라 하며 웃는다. 한국어는 전혀 모르고 영어가 유창해 여기서 지금 프리랜서로 SAP(교재)의 독일어 번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월드컵은 역시 대화를 풀어가는 중요한 키이다. 그 친구 월드컵보고 매우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Be the Reds’ 티를 구하려 하다 재고가 없어 사지 못했다고 한다. 월드컵으로 인해 자신이 한국인이라는데 자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입앙아에 대한 연민이 발동하여 명함을 건네주고 한국에 오게 되면 연락하라 했다.

이 친구하고도 술 한잔 하면서 보다 밀도있는 사는 얘기를 나눈다면 나의 영어공부에 큰 도움이 될 뿐더러 해외입양아인 이 친구에게도 고국에 대한 이해를 높히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오늘 저녁은 나빈과 함께 사쿠마상 숙소에 가서 저녁을 지어 먹기로 했다. 그때까지 주역 팔괘장을 다 떼어야 할텐데…

2002년 9월8일 일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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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청년 나빈은 베지테리언, 채식주의자다. 종교적 영향인가 물었더니 자기 친구의 영향을 받아오다 어느날 갑자기 동물들을 죽이는게 싫어서 채식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고 한다.

혹시는 혁대와 구두는 가죽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계란은 먹는다고 한다. 계란은 생명이 아니라고 자의적 판단을 내리는 것 같아서 계란에 병아리의 영혼이 언제들어가는지 알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에 대한 예를 설명해주는데 그들은 공기 속의 세균이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일종의 섭취)을 막기 위해 천으로 코를 가리고 다닌다고 한다.

이쯤되면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지름길을 타게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여유를 취하는 나빈은 영리한 친구다.

집으로…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5개월간의 이곳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외로움에도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고요.

台湖.

영국일기(2) – 적응

제트래그(Jetlag)라고 부르는 시차병으로 오늘도 새벽에 잠이 깼다. 3시. 어제는 4시 눈이 아프다. 하루종일 노트북 스크린의 깨알만한 글씨들과 씨름을 하니 그럴만도 하겠다. SAP Client s/w의 깨알은 아무리 해상도를 조절해도 요지부동 커지지 않는다. 서양 사람들중에는 그런 깨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이 일기를 우리 와이프에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피우는 담배 때문이다. 핑계겠지만서도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보통 때보다 머릴 많이 써야 하니까… 역시 핑계군. ^^
그것보다 나의 여린 마음은 지금의 환경에서 쉽사리 동요를 일으킨다. 어찌보면 담배를 끊는 것은 간단하다. 평상심을 유지하면 담배로 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평상심이…

디지탈과 아날로그.

내가 갖고 있는 일종의 화두(話頭)다. 뭔가 깨닫기 위해 혹은 풀기 위해 메모리(RAM)에 항상 상주시켜 놓은 의문.
현대 문명의 첨단은 디지탈이 이끈다. 그리고 반대의 극인 태초는 아날로그이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서양문명(우리 주변에 동양문명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있는가 ?)은 뽀송뽀송한 잘 구조화되고 세밀하게 분화된 디지탈을 지향한다. 반면에 동양문명은 끈적끈적한 아날로그를 지향 아니 지향이라는 표현은 서양적 표현이고 머물고 있다고 해야 할 까 ? 암튼…

이곳 나의 생활 속에 이 양자가 공존하고 있다. 사무실 출근하면 그야말로 거긴 디지탈문명의 첨단이다.
다루는 것도 컴퓨터, SAP이라는 고도의 복잡성을 가진 S/W 그리고 잘 구조화된 그들의 문서들 Documentation, Definition, Process,조직 그리고 일하는 방식등등…. 그리고 내 노트북의 Windows XP 역시 첨단 디지탈 문명의 산물이다. 일하는 방식도 한국사람들에 비하면 개인화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회의를 할 때는 협력도 잘 되는 것 같다. 즉 흩어지고 모이고 하는 일의 형상에 뽀송뽀송한 분명함(규칙)이 있다. 분화된 세부로 유기화된 조직을 만들려니 당근 좋은 Rule과 그에 대한 엄격한 서약이 필수다.
(반면의 한국사람들은 선을 긋기 분명치 않은 애매모호함 그런 끈적끈적함이 있다.)

호텔에서의 생활은 새벽에 일어나 몸의 굳은 부분을 풀기 위해 20분정도 도인체조를 하고 나머지 한 2~30분간은 명상을 한다. 아날로그적 생활이다. 어제 새벽 명상중에 내가 가야할 길(수련)에 대해 어렴풋이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이걸 빠짐없이 흔들림없이 계속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스승을 따를 것 같지는 않고 나홀로 길을 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인생 공부에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몸공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우선 오래 살아야 뭘해도 하지 …^^)

둘째 마음공부
명상이나 참선을 하는 것이 그럴 듯한 마음공부일 것 같으나  내 생각에는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상황들과 부대끼고 느끼면서 고뇌하고 모색하고 하는 일체의 과정이 더 큰 마음공부다.

셋째 돈공부
우선 돈이 없으면 뭘 하기 참 힘든 세상이다. 기본적인 의식주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나는 이 세마리 토끼를 다 잡을 욕심에 사로잡혀 있다.
부디 내가 이 세마리를 모두 품에 안을 수 있길 빌어본다.

2002년 9월 5일 Crawley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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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달전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무지막지한 욕심을 부렸군요. ^^
지금은 그때 하고는 사정이 많이 다르네요.  변덕인가요 ? 글쎄요 ?
모든 변화는 그야말로 모든 변화는… 크게 보면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그건 성장/발전을 수반합니다.

오늘(1월12일) 아침 일어나 TV를 켜니 비지스(Bee Gees)의 3형제중 모리스 깁슨이 수술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BBC 톱으로 나오는군요. 미국 마이애미라고 하는데 리포터가 병원 앞에서 보도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6천4백만장의 앨범이 팔렸다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은데 이 정도까지는 …아침에 회사가는데도 라디오에서 계속 얘길하는군요. 비지스가 영국출신인가요 ? 그런 거 같진 않은데…

올드팝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비지스 노래 한 두 곡은 좋아하실 겁니다. 저는 그들의 많은 노래들중 ‘Holiday’가 가장 인상이 깊네요. 중학교 때 첨 들었는데 그 당시 음악으로 볼 때 멜로디가 좀 파격적이었던 같습니다. 묘한 매력을 가진 기괴한 멜로디와 목소리…

박중훈이 열연한 ‘인정사정 볼것없다’에서 테마곡 나오죠.
곤청색 승용차 안에 앉은 검은 썬글라스의 킬러들, 그 위로 노란 은행 잎이 떨어지고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아이 그리고 갑작스런 바람,비,검은 우산 이어서 붉은 피…
비지스의 ‘Holiday’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일어나는 살인사건 …
이걸 묵시적 아름다움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

모리스 깁슨은 올해 53살이라 하네요. 아직도 한창 활동할 나이인데…  근자에 재혼한 부인 사이에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젊은 나이긴 하지만 하고 싶은 음악 할 만큼하고 돈 많이 벌어 놓아 남은 처자 걱정없고 인기도 누릴만큼 누리고 갔으니 큰 한은 없겠지요.

台湖.

영국일기(1) – 다녀오겠습니다 !

일요일 영국으로 출발합니다. SAP이라는 기업용 S/W 설치 Project에 test 참가 요청을 받았습니다.
12월경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장기 출장은 첨이라 좀 부담도 됩니다. 와이프와 새끼들도 보고 싶고 된장찌게 생각도 많이 날텐데… 참아야죠.

神仙되기 위해 거치는 3 가지 큰 수련이 있는데 그중에 금촉(禁觸)수련이란게 있습니다. 상념을 일으키는 것들과 일정기간 접촉을 끊는 수련이죠.  그럼으로써 진정한 자기 내면과 피할 수 없는 대면을 하게 되겠죠.  단군신화에 곰이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로 살다 나와 인간이 되었다는 얘기가 바로 금촉수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전 아직 그 비슷한 것도 해본 적이 없지만 빛을 포함한 모든 것으로 부터의 완전 고립에 따른 막대한 고통과 그 후에 얻게되는 광명이랄까 통찰이랄까 그런 것들에 대해 상상은 해봅니다.

이번 출장은 가족과 떨어져 있음으로 인해 아주 가벼운 금촉의 효과를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후에 조금이라도 성장한 자신을 만나게 되면 좋겠네요.

아울러 SAP이라는 영양가 있는 S/W를 알게 됨으로 생기는 이익도 챙겨와야죠. 내가 예상하는 직장생활 수명이 한 2년 정도 더 늘어날 것 같군요. ^^

몸은 멀리 있어도 사이버상으로는 계속 볼 수가 있으니 열분들은 아무런 차이도 느끼지 못하겠죠.

천안에서
2002년8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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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만난 어느 역술인 한테 사주를 본 적이 있었는데 외로움을 잘 타는 사주라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삶이 왜 그런가가 확연히 이해가 되더군요. 자라난 환경으로 보면 부모슬하에서 위로 형 아래로 여동생,할아버지 주변의 친척들 하등 외로움을 탈 이유가 없는데 …  물론 겉보기는 멀쩡해도 집안 내력은 좀 복잡해서 불화가 있긴 했지만요.  전생에 적지않은 죄업이 있는 탓인지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쓸데없는 근심과 불안, 많은 생각들로 점철된 인생살이였습니다.

영국본사로 부터 3~4개월 일하러 오라는 청을 받고 한편으론 직장 생활 말년에 좋은 기회가 왔구나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수개월간 가장이 없는 집 식구들에 대한 자잘한 걱정에다 홀로 있으면서 겪게 될 쓸쓸함에 대한 두려움등등으로 심사가 복잡했습니다.

지금 직장을 7,8년 다니면서 거의 일년에 한번은 영국을 왔습니다. 보통 일주일간을 호텔과 회사를 오가며 지냈는데 그 일주일도 견디기가 쉽지 않았던 저로서는 그런 걱정이 없을 수 없었겠죠.

단전호흡이나 仙道에 깊은 관심을 갖고 수련(본격적인 것은 아니고…)을 해왔는데 그런 성격에 대한 반대급부랄까 두려워하면서도 금촉수련에 대한 매력(?)을 느껴왔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습니까 ?  무서워하면서도 자꾸 들여다 보고 싶어하는 심리. 암튼 이 문제는 하늘이 저한테 내려준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그걸 내가 풀어낼 수 있을까 ?

앞으로 연재될 일기는 그런 개성을 가진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일기입니다. 이미 써 놓은 글을 손질하여 올리는 것이지만 가끔 영국사람,문화등 나름대로 느낀 바를 글로 옮겨볼까 생각중입니다.

台湖.

영국일기 – 시작하기 전에…

글을 쓴다는 데는 남한테 보여준다는 전제가 따르고 그러다보면 자꾸 사람들을 의식하게 되어 생각이 많아지고 가뜩이나 요즘 십이지장궤양이 도져 속도 아픈데….

영국에 있다고 하니까 아줌마들이 알고 싶으신 게 많은 것 같아 그냥 가만히 있자니 그것도 은근히 압력으로 작용하네요. ^^  그동안 어느 직장인 동호회에 영국일기라고 써 올린 게 있는데 그 때는 일만하던 때라 그야말로 나의 신변잡기에 가까운 글들을 써서 영국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계신 분들은 별로 건질 것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영국을 본격적으로 돌아다닌 건 가족이 합류하고 나서인데 이때는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글 쓸 여유가 없었고…

대학때 그러니까 20여년 전에 문학사상이라는 잡지를 봤는데(문학청년이라서 본 게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잡지 보게된 것임.) 거기 지금 민주당 김한길의원의 ‘미국일기’가 연재되고 있었습니다. 김한길 부부가 미국에 건너가서 고생하면서 주경야독하는 얘기인데 그때 그 글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걸 흉내내서 ‘태호의 영국일기’라고 써봤는데 제 글은 가는대로 내버려 두면 자꾸 심각해지고 무거워져서 가라앉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별 인기를 못 끌었습니다.

반면에 원종규님의 ‘미국 이야기’를 보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글로 객관적이면서 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여행기를 쓰려면 저렇게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저는 글을 올릴 생각을 접고 있었죠.

작년 9월 1일에 집을 떠나 여기 5개월째 생활하고 있고 중간에 가족들(처와 딸 둘 그리고 막내 아들 하나)이 와서 두달간 같이 지냈죠. 큰 애 중학 진학때문에 가족들은 지난 12월에 돌아 갔구요. 저도 이 달 24일 날 돌아갑니다.

넘 기대는 마시고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다양한게 좋은 것이여~ 하는 차원에서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台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