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기(10) – 런던,옥스포드,캠브리지 구경

영국일기 쓴지가 한달도 넘은 것 같은데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가깝게는 어제 그제 주말에 그 유명한 대학이 있는 옥스포드와 캠브리지를 다녀 왔는데 토요일 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위성추적장치가 있는 사쿠마상의 차를 빌려 토요일 먼저 간 곳을 히드로 공항. 다음달(12월) 20일경 큰애 중학교 진학 문제 등으로 와이프가 애들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한다.  내가 공항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데 헤매이면 곤란할 것 같아 공항이랑 주차장이랑 위치파악을 위해 예행연습을 했다.

공항까지 1시간 거기서 옥스포드까지 1시간 두 시간 정도 달려서 옥스포드에 도착한 다음 길 옆에 차를 대고 담배 한대 피우면서 길을 물어 보려는데 앞바퀴를 보니 펑크(영어로 flat이라 한다. 얼마전엔 밧데리가 flat되었는데)가 나 있는 게 아닌가. 아이고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생기네… 한국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펑크를 여기서 겪다니. 옥스포드가 아니라 자동차 정비소를 찾는 게 급해졌다. 길 가는 아이한테 물으니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정비소(garage)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물어 물어 펑크가 나 덜덜거리는 차를 몰고 정비소에 차를 맡겼는데 손님이 많아 3시간이나 걸렸다.

정비가 끝나고 나니 날은 이미 저물어(겨울엔 4시면 컴컴해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옥스포드 대학 구경은 해야할 것 같아 차타고 한바퀴 돌다가 으슥한데 불법주차를 했다.
(여기는 동전을 넣고 주차권을 뽑아 차에 붙여야 하는데 동전이 없어서…)

보기에도 영민하게 생긴 옥스포드 대학생들 무리를 뚫고 대학 앞으로 가는데 비가 오는게 아닌가 (여기 겨울 날씨는 정말 며느리도 모른다.) 할 수 없이 차로 가서 집으로 가는데 와이프가 런던의 한국인 타운(한국 가게들이 많음.)이 있는 뉴몰든에 가보자 그런다. 난 그냥 집에 가고 싶었지만 언제 또 와이프의 한을 풀어주겠냐 싶어 가기로 했다.

속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내색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와이프는 속을 읽은 것 같다. 내 눈치 보는라 혼났다고 와이프가 나중에 불평을 하더군. 한국에서 같은면 며칠 삐질 일이었는데 다행히 그냥 넘어갔다.

그리하여 위성추적장치(GPS)에서 런던 그리고 뉴몰든을 찾는데 거리가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옆동네를 입력하고 가서 찾아 보기로 했는데 ….  런던의 밤거리 그것도 다운타운을 차로 간다는 게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GPS만 있으면 한밤중 폭우가 쏟아지는 지구 어느 한 구석에 있어도 걱정이 없다.

어느 신호등에서다. 신호가 바뀌는데 서기도 그렇고 해서 잽싸게 지나서 가는데 뒤에 앰블란스 소리를 내며 차가 따라 온다.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런데 이 차가 안가고 내 뒤를 따라오는게 아닌가 …경찰차였다. 차를 세우고 나갔다 나를 보더니 영어할 줄 아냐고 묻는다.그러면서 아까 신호등에서 빨간불이었는데 왜 지나 갔냐고 묻는다.
I could not stop. 설 수 가 없었다. (말이 좀 된다.) 한국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그러더니 차 뒷좌석을 보고 갑자기 와이프가 영어 할 줄 아냐고 묻는다. 못한다고 했더니 나한테 설명을 한다. 애들 셋이 안전띠를 착용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은 시내에서도 안전띠를 매야 함.) 특히 막내가 가운데 있는데 급정거를 하면 애가 총알처럼 앞유리창으로 날아가 부딪혀 죽을 것이라 한다. (나도 넘 잘 아는 건데.. 늘 막내한테 주의를 주는데…)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기면 너는 나쁜 아빠가 될 것이라 한다. 그때 내 머리속의 기억은 얼마전 택시 탔을 때 기사 말이 떠올렸다. 뒷좌석의 가족도 안전띠를 매야하며 걸리면 벌금을 자기가 문다던가. ..하는데 액수가 엄청났던 걸로 기억한다.  아~ 이제 꼼짝없이 거금을 영국정부에 헌납하는구나 체념하며 이제 내가 뭘 해야하냐고 경찰친구에게 물었다. 이 친구 차에 타며 딱지를 끊으려 하는 줄 알았더니 그냥 조심해서 잘 가라며 가버린다.

기분이 참 묘했다. 자존심도 상했거니와 한편으론 젊은 경찰이 참 괜찮구나 하는 고마운 생각도 든다. 아마도 이 친구는 와이프가 영어를 했다면 와이프한테 그런 위험에 대해 직접 설명을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마들이 더 세심하게 아이들 생각을 많이 할테니..그러한 배려도 참 고맙게 느껴지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어쩌면 오늘 소식은 그 젊은 경찰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을 위한 것이다.)

그런 사건을 치루고 뉴몰든을 찾아 가는데 도무지 찾을 수 도 없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은 캠브리지로 향했다. 런던 북쪽으로 50마일(80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데 (옥스포드는 런던 북서쪽에 위치) 고속도로(모토웨이)를 빠져 나오니 Park & Drive,란 푯말이 보인다. 영국은 좀 유명한 관광지는 주차하기가 까다롭다. 한눈에 여기다 주차하고 버스로 관광하라는 것 같아서 그리로 갔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왕복 1.4파운드 (애들은 무료)짜리 왕복 티켓을 끊고 이층버스를 탔다. 캠브리지에 각 단과대학이 34개가 있다는 건 인터넷을 통해 봤다.  그런데 다 볼 수 는 없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아줌마한테 물어서 Main college가 있는 곳에 내렸다. 작은 도시인데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쇼핑거리에서 일어났는데 거긴 차가 쇼핑거리 한 가운데로 지나 다닌다.  가족이 앞서가고 내가 뒤따라가는데 우리 4살짜리 아들이 아빠를 보더니 막 달려오는데 차가 바로 달려 오고 있었다. 순간 와이프가 비명를 지르고 다행가 차가 한 두걸을 정도 앞서서 지나갔다. 운전사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우리 막내는 아빠가 자기를 혼낸 줄 알고 삐져서 애 달래는데 또 한참 걸렸다. (독사진 3장 찍어주고 화해함.)

암튼 가장은 이래저래 참 고달프다.

지나가는 학생한테 메인칼리지가 어디냐고 했더니 그런 건 없고 캐브리지시 내에 34개의 단과 대학이 흩어져 있다고 한다. 우린 관광객이니 좋은 데 하나 알려 달라고 했고 그 친구들 King’s College를 소개해주고 멋진 곳이라며 자랑섞인 듯 우쭐한다.

킹스칼리지는 의약 쪽으로 유명한 대학이라고 한다. (그날 저녁 집에 식사하러 온 인도 청년 나빈이 그럼..)
학교 구경을 잘하고 학교 앞 작은 거리의 가게에 들러 구경하러 와이프와 애들이 들어간 사이에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 기다리는데 가게 앞에 행색이 남루한 차림의 젊은이가 ‘빅이슈’라 소리내면서 무슨 잡지 같은 걸 파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잠시 후 학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그에게 보온병에 든 따뜻한 커피와 자기들이 먹으려고 산 것으로 보이는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에 우유까지 친절하게 따라 주는 것을 지켜봤다. 아마도 이 친구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서 있는 걸 보고 이 맘 착한 남녀 학생이 자길들 음식을 나누어 준 것 같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고 나서 남학생은 그에게 뭔가 유쾌하게 얘기를 한 뒤 갔다.

아름다운 한쌍의 젊은이들은 봤던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참 감동적이었다.

나도 호기심이 생겨 그 친구한테 다가가서 들고 있는게 무어냐고 물었다.잡지였다. 노란 표지를 덧붙인 잡지였는데 검은 손글씨로 쓰인 Rock band인 ‘Radiohead’란 글씨도 보이고 앞에 CD가 한장 붙어 있었다. 뭐 했더니 음악CD라 한다. 1.2파운드 하는 걸로 봐서는 불법 음반 같은데… 2파운드를 주고 잔돈을 받기가 머쓱해서 내가 잔돈을 안받아도 돼냐고 좀 이상한 질문을 했더니 고맙다고 하면 잡지를 건네준다. 도음을 준다 하기에 넘 적은 돈이고 이 친구도 무슨 본격적인 거지도 아니라…

옥스포드보다 캠브리지가 더 아기자기하고 볼 거리가 많은 동네인 것 같다.아직도 눈에 선한 건 캠브리지의 작은 거리를 활보하거나 떼를 지어 자전거를 타고 내 달리는 캠브리지 대학생들. 그들의 모습에서 활력, 검소함,소박함,순수함… 그런 것들을 느꼈다. 앞으로 일,이십년 후에는 이들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 가겠지…

어떤 이름난 관광지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느낌이었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글을 다듬어 작문 능력의 한계를 떠나서 나의 이 느낌을 한폭의 수채화처럼 담아보고 싶었는데…

벌써 여기 시간으로 7시48분… 된장국해 놓고 기다리는 식구들한데로 …

2002.11.26

*^^*————————————————

종규님이 미국이야기가 끝나니 웬지 제가 좀 부담스럽네요.
그동안 미국이야기 뒤에 숨어서 글을 올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는데 제가 전면으로 나섬에 따라 느티나무 식구들의 기대감은 몽땅 제 어깨로 옮겨온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남은 이야기가 몇개 없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들을 많이 가지고 올 걸 하는 아쉬움도 드네요.
한 몸 지탱하는데 허덕이다 온 것 같기도 하고… ^^

台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