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기(11) – 한국인

어제 회사에서 책보다가 갑자기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에 대해 잠시생각해 봤다.

우리가 아무리 지난번 월드컵 때 코리아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렸고 메모리,LCD 생산 세계 1위, 자동차생산 5위 그리고 세계 12,3위의 무역대국이라고 해봤자 그런 수치는 내가 여기서 느끼는 한국의 위상과는 별 관련이 없는 듯 하다.

인터넷으로 BBC 뉴스를 듣다보면 아랍인들이 나와 말을 많이 하는데 서방세계와는 근본도 다르고 특히 미국,영국과는 적성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나름대로의 억양과 발음으로 영어는 유창하게 구사한다.

눈을 감고 지구를 한바퀴 돌아보니 싱가폴,홍콩,말레이지아,인도,태국까지 영어가 안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중동,아프리카까지 …

지구상의 오직 세 나라, 한국,일본 그리고 중국 만이 영어가 거의 안되는 나라인 것 같다. 이중 일본은 지금은 죽을 쑤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2위의 경제 대국이며 소니,도요다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가까운 미래의 경제대국으로 전세계가 알아주고 있으며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에 많은 서방 선진국들이 관심을 쏟고 있는 나라다.

결국 영어가 잘 안되는 세 나라중 한국만이 남는데 뭔가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게 뭔가 ?

BBC 인터넷 사이트에 보면 세계 각국어로 번역된 뉴스기사에베트남어등을 비롯해 거의 모든 제3세계 언어들이 다 있는데 한국어와 일본어만 없다.  일본어가 없는 건 뭔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되는 데 반해  한국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피해의식 같은게 생긴다.

물론 한국인이 이 지구상에 그렇게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걸 볼 때마다 한국인이 이 지구상에서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한국의 문화와 정신의 진수를 조금 안다고 할 수 있는 나로서는 이 점이 늘 아쉽다.

세상의 사물을 크게 나누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상호보완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공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해 건물이나 인간이 존재가 가능한 것 처럼…

서양은 보이는 것 중심의 문명이고 동양의 정신문명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기반하고 있다.

그중 가장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유산을 갖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오래 전에 서양인들이 우리나라를 ‘은자의 나라’ 라고 표현한 것이 아마 아직까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찬란하다는 반만년의 역사에 비해 그걸 증명해 보이는 유적이나 유물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영국은 나라 전체가 유적지라 할 만큼 모든 것이 잘 보존되어 있다. 보통의 집이나 건물들도 수백년 된 게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우리의 위대한 유산을 갖고 있다. 이걸 눈에 보이는 것만 알고 관심이 있는 서양인들이 알 수 가 있을까 ? 하긴 우리 자신도 모르는데…

그러나 분명 그 소중한 보물은 우리 모두의 핏속에, 맥박속에, 뇌리에 고고히 살아 숨쉬고 있다. 단지 느끼지 못할 뿐…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모두가 그걸 알게 되는, 그날이 오지 않을까 ?  아니면 끝끝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남아 보이는 것들을 지지하고 있을지…

2002.11.01

PS. 봉우 권태훈옹에 따르면 일제치하에 일본인들이 우리 상고사의 비밀이 담긴 수십만권의 책들을 불살러 버렸다고 합니다. 우리의 위대한 역사와 정신문화가 고스란히 사라져 버린 것이죠.

사쿠마상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는 말없이 듣고만 있더군요. 아마 그의 맘 속에 우리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 이야기 뒤에는 꼭 ‘일본과 한국은 같은 동이족으로서 한 핏줄이다’란 얘길 덧붙이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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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동안 사용하던 셀라론 300짜리 컴을 펜티엄4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전에는 인터넷 하면서 MP3 들으면 CPU가 딸려서 노래가 끊어지곤 했는데 그게 없으니 좋네요.
영국에서 캠코더에 담아온 동영상을 편집을 해보려 하는데 생각대로 실천이 될지는 가봐야 알것 같네요. 제 맘이 워낙 변화무쌍해서 … ^^  제가 못하면 이번에 중학교 들어가는 딸래미에게 시키려 합니다. 포토샵등을 혼자 배워 하는데 꽤 잘 해요.

한때 무지하게 좋아했던 레너드 코헨 노랠 듣고 있습니다. 지금 제니퍼 원스와 함께 부른 ‘John of Arc(잔다르크)’가 흘러 나오는 군요.  LP에 담긴 오리지날을 제일 좋아 하는데 이건 인터넷 어딜 뒤져도 MP3로 된게 없네요. 제가 갖고 있는 LP에 이 곡이 있는데 턴테이블이 망가진 이후로 한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배영순님 이 노래 함 올려 주실래요 ?
레너드 코헨의 그 깊고 신비한 목소리를 느티나무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台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