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올봄에 초등학교 5학년 막내가 아파트 화단에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어 줄기가 어느 정도 자랐는데 비바람이 불어 그만 쓰러졌다. 아들놈이 방울토마토 죽었다고 울고불고 하여 비가오는 가운데 비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나무 가지와 막대기를 주워 힘없는 줄기들을 묶어 일으켜 세웠다.


지난 비바람에 가지 일부와 열매 몇개를 잃었는데 지금은 무럭무럭 자라 위아래로 제법 소담한 열매들을 맺었다. 아들도 나도 아파트를 드나들 때마다 기특한 방울토마토 나무가 잘 자라는지, 별 일 없는지 한번씩 살펴보는 게 일과가 되었다.

그런데 방울토마토와 인연을 맺으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생명에 대한 미묘한 느낌이 생겼다. 트랜서핑을 하면서 영혼에 대한 느낌을 자주 떠올린 덕분인지 감각이 좋아진 것 같다. 나무 주변의 잡초들을 밟는 것 조차도 부담스럽다. 나무 주변에 앉아 있을 여건이 되면 방울토마토 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생명에 대한 보다 깊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도올 김용옥이 TV 강연 중 언급한 자신의 하버드 스승, 화이트헤드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풀 한포기 이상의 신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