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때 매우 중요한 제안서를 작성하느라 감기몸살에 지친 몸을 달래며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 내가 만든 문서에 나의 魂이랄까 氣라고 할까 이런 것이 들어 갔다라는, 확실한 느낌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생각이 밑도 끝도 없이 떠 올랐다. 이쯤되면 문서 작업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2000년도 전후로 기억되는데 한신대학교 철학과 김상일 교수가 ‘퍼지이론과 한국문화’란 컬럼을 전자신문에 100회 이상 연재를 했는데 (책으로도 출간됨.) 컬럼중에 이런 말이 생각나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다. “고려청자의 빛깔을 재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엣날 도공들은 도자기를 만들 때 혼(氣)을 불어 넣을 정도의 정성을 기울였는데 요즘 도공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혼이 들어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제안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그것도 개인의 생각, 사상의 반영일 뿐이니까… 그러나 한 사람의 혼이 깃들여 있다는 것은 만든 사람의 진실성과 그 사람의 생각, 사상 등이 결과물에 통합이 되었다는 차원에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좋은 말이나 생각들을 가져다 덕지덕지 붙여 만든 문서와는 격이 다르고, 받아 보는 사람에게 만든 사람의 진실이 전달이 될 수 있다는 데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물론 받아 보는 사람이 만든 사람의 진실성과 거리가 멀 때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사업적인 잔머리를 접어 놓는다면 문서나 제안서도 만든 이의 진실이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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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옛사람들은 책에도 혼이 있다고 했죠. 서양에서도 책의 수호신이나 요정이 있어서 밤에 잠깐씩 나와서 돌아다닌다는 전설도 있구요. 어느 정도 일리있는 말들 같습니다.
멀더님이 여기저기 댓글을 단 줄 모르고 있다가 이제 발견했네요. 댓글이 거의 없어 독야청청하고 있었는데 멀더님이 힘을 실어주시네요. ^^ 고맙습니다. 담주 세미나에서 뵙죠.
안녕하시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부터 바쁘 다고 하시니까 좋은 일이 많이 생기시 길 빕니다. 그리고 지난번 이곳에서 씨크릿 동양상 보고 긍정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생산쟁이 잘 살고 있지요? ^^ 기회가 되면 천안에서 한번 보고 싶군요.
절대 동의합니다. 특히 문서틀만들기에 혼연의 힘을 쏟는 분들 볼 때마다 딱한 생각 듭니다.
게다가 남의 좋은 말을 그야말로 덕지덕지 꿰붙인 꼴이라니요.
그에게 공개된 좋은 말은 다른 이도 다 알고 있다는 걸 모르고 PT까지 할때면
한숨만 나옵니다.
그렇죠.자기만 모르고 다 알고 있는 거지요. ㅎㅎ
근데 문제는 그게 통하는 데가 아직 많은 것 같아요.
진실 보다는 정치가 지배하는 세상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