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4known, Before Known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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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이름이 붙여진, 의미를 갖게 된 꽃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Before Known’은 꽃에 이름이 붙여지기 이전, 관념이 형성되기 이전의 원초적 생명, ‘몸짓’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BSC(Balanced Scorecard) 사례집을 읽다가 문득 ‘기업’이란 관념적 개체가  실체적 존재로서 느껴졌다. 마치 어느날 거실에 누워있던 아들 놈의 배가 호흡을 하느라 움씰대는 것을 보는 순간  나의 아들이자 ‘장oo’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아닌 호흡을 하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느꼈던 것 처럼.

기업이나 조직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관념적 작업도 중요하지만 기업을 마치 나의 몸처럼, 호흡을 하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끼는 것은 관념적 작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기업에서 ‘통합(Integration)’이란 이름으로 여러가지 일을 하는데 이것은 기업을 가장 이상적인 조직인 ‘유기체적 실체’로 진화시키기 위함이다.

직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그 위에 관념적 작업을 더할 때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것이 바로 로라 데이가 그녀의 저서, ‘직관의 테크닉’과 ‘ Business Intuition for Success’등 에서 강조하는 바이다.

느낌이 가장 먼저 오고 그 다음 생각이나 관념이 일어난다. 직관이란 이러한 관념이 일어나기 전의 일이다.  석지현 스님도 ‘마하무드라의 노래’란 라즈니쉬의 번역서에서 가장 먼저 오는 것이 느낌인데 이 느낌이 중요하다.’ 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20여년 전에 읽은 ‘탄트라 비전’에 관한 라즈니쉬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친 책이다.)

오늘 아침 얻은 이 느낌으로 인해 그동안 변죽만 울리던 나의 작업에 한 단계 진전이 있을 것 같다.

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