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세계원 강좌 비평] 꿈조절, 점술, 최면술

 정신세계원은 대중을 상대로 잠재능력 개발 강좌를 실시하며 관련 있는 출판사에서 '정신세계'를 발간한다. 송순현 발행인의 '정신세계' 창간사(2000년 1월 호)에는 "새 시대에는 동양과 서양의 정신이 만나고, 고대의 지혜가 부활하여 첨단과학에게 손짓하며, 지성과 직관이 하나 되고, 명상과 수행이 대중화. 생활화되는 새로운 차원의 정신문명이 전개될 것입니다"라는 말이 있다. 뉴에이지 전망을 말하는 것 같다. '자아와 세상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통찰력'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넓은 의미의 종교적 수행 범위에 드는 것이라면 필자도 공감한 다. 불행히도 정신세계원은 오컬티즘(마술과 연금술)과 현대 의사과학(예, 심령학, 우주문명, 대체의학) 등을 복합한 길을 찾는다. 이곳에서는 천리안 정신과학 동호회 '정신세계원'에 나타난 강좌 내용을 참고하여 몇 가지만 분석해 본다.

1. 실바 마인드 콘트롤, 꿈 조절

정신세계원 강좌 중에 주목해야 할 것이 대표 송순현 선생이 한국지부 대표로 있는 '실바 마인드 콘트롤(Silva Mind Control)'이다. 훈련 내용은 기도, 명상, 마인드 콘트롤을 합한 여러 가지인데 예를 들어 이완조절법/ 수면조절법/ 두통해소법/ 꿈조절법/ 이미지 훈련법/ ESP훈련법/ 영적 능력 개발법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하여 심신건강 증진/질병 치유 및 예방/긍정적 사고, 자신감, 의욕 증대/업무 및 학습능률 향상/마음의 평화/현실창조를 달성할 수 있다고 열거되어 있다. '실바 마인드 콘트롤(약하여 실바 콘트롤)'은 미국 텍사스에서 출생한 전자기사 실바(Jose' Silva)에 의해 개발된 명상법의 일종으로서 상상을 활용하여  원하는 것을 창조한다는 시각상상(Creative Visualization), 확신과 기도의 방법으로 내적 잠재 치유력을 동원하는 자가-치료(self-healing), 그리고 원형적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꿈을 치료나 자기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꿈방법(dream work)을 독특한 형태로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런 류의 암시, 확신 방법의 효과에 대한 비평은 다른 곳으로 미루고, 이곳에서는 실바 콘트롤에서 응용하는 꿈 방법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본다. 1991년 '꿈 방법의 요소(The Elements of Dreamwork)'를 쓴 카프란-윌리엄스(Strephon Kaplan-Williams)는 "꿈은 꿈꾸는 자에게 어떤 원형 에너지, 즉 어떤 본래 존재하고 있던 에너지 뭉치가 가장 충만한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그것을 의식적인 것으로 만들어 다룰 수 있다"라고 하였다. 이 때 '원형적(archetypal)'은 융의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과 관련된 용어이다.

정신세계원에서는 프로이트(Sigmund Freud)나 융(Carl Jung)의 '꿈의 상징과 해석'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한 강좌도 있다. 이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지만 여하튼, 꿈 내용을 기억 못하면 실마리고 뭐고 허사가 된다. 따라서 꿈 방법에서 "꿈을 의식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말은 꿈을 다뤄 "기억하는 꿈을 꾼다"라는 뜻이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필요한 때에 문제해결의 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원하는 꿈을 꾸게 할 수 있다면 악몽이란 있을 수 없으며 행복한 꿈만을 꾸게도 할 수 있다.

2. 자각몽

이때 '꿈속에서 깨어 있어 꿈을 아는 꿈'을 꿀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하다. 실바 마인드콘트롤에 의해 이것이 가능하다고 하나 기원 8세기 티베트 요가 수련에서 발견되듯이 기원이 오래다. 이러한 꿈에 1913년 '자각몽(lucid dream)'이란 용어를 붙인 네덜란드의 정신병리학자 에덴(Frederik van Eeden)은 이를 꿈이라고 하였으나, 꿈꾸는 동안 의식이 있을 수 없다고 한 심리학자들에 의해 50년간 이상 부정되었다. 꿈꾸다 깬 잠시 동안의 경험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헐(Hull) 대학의 헌(Keith Hearne) 팀에 의해 자각몽이 일반 '빠른 눈운동'(REM, rapid eye movement) 수면동안 특히 높은 피질 각성(cortical arousal)시에 일어나는 실제 꿈으로 증명되었다. 자각몽 연구는 꿈의 본질, 의식의 본질에 대한 접근이기 때문에 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 연구에는 자각몽을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3가지 방법을 아래 설명한다.

첫 번째 스탠퍼드 대학 라버지(Stephen LaBerge)의 MILD(Mnemonic Induction of Lucid Dreaming)는 이른 아침 꿈에서 충분히 깨어나 독서를 하거나 여기 저기 걷다가 다시 침대에 누워 이전의 꿈을 다시 꾸는 상상을 하여 자각몽을 꾸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낮 동안 줄곧 자각 상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깨어 있는 동안에도 대부분 어리벙벙한 상태로 있다는 아이디어에 기초한 것으로, 깨어 있는 동안 좀 더 자각 상태에 있을 수 있다면 꿈꾸는 동안에 좀 더 자각 상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독일 심리학자 톨레이(Paul Tholey)는 "내가 꿈꾸고 있는가, 아닌가?"하고 매일 수없이 자신에게 물었다. 이것은 쉬울 것 같지만 실제 잊지 않고 다짐하기는 어렵다. 프랑스의 연구자는 손에 커다랗게 'C(conscious)'라고 쓰고 다짐하라고도 하였다.  의식적으로 자각상태를 다짐함으로써 자각몽을 꿀 수 있다는 이치는 '실바 마인드콘트롤'의 꿈 조절과 관련되지 않나 추측한다. 다짐뿐 아니라 명상과 꿈꾸는 동안의  각성과의 관련성은 1989년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이렇게 보면 높은 경지의 명상 수련자가 잠자는 동안에도 상당한 인식상태라고 말하거나 초월명상(TM)에서의 수면인식(sleep awareness)이 무엇인지 이해된다. 물론 수련에 의해 원하는 꿈을 꾸고 기억하는 모든 것을 자유로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로 다양한 장치를 사용하여 REM 수면 상태에서 신호를 주입하여 꿈을 꾸고 있다고 상기시키는 방법이 있다. 헌은 REM을 확인한 다음에 '꿈 장치(dream machine)'를 통해 약간의 전기적 쇼크를 주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캘리포니아의 라버지(LaBerge)는 섬광을 비추는 법을 사용하였는데 이를 자동화 한 것이 '꿈 빛(Dream Light)' 장치이다. 이 방법으로 그는 44명의 대상을 상대로 실험하여 55%가 한번 이상 자각몽을 꾸도록 하였는데 이중 2명은 이 방법으로 일생 처음 자각몽을 꾸었다. MILD와 이 방법을 함께 사용하여 가장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앞서 말한 대로 학자들이 자각몽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수면과 꿈의 본질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이런 연구를 통해 의식의 본질 자체를 파악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간은 꿈속에서 실제 세계가 어떤 종류의 상상적 복제품으로 대체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둘 사이에 분명한 경계는 없다. 경계를 침투한 수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꿈과 현실세계 사이에 많은 혼란이 있는데 1913년  에덴이 말한 '틀린 깨어남(wrong waking up)'이 그런 것이다. 블랙모어(Susan Blackmore)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랑스 동물학자 드라주(Yves Delage)는 1919년 글에서 문에 노크 소리가 들리고 친구가 도움을 청하는 것을 들은 이야기를 적었다. 그는 침대에서 뛰어 일어나 재빨리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그래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것이 4회나 반복되어서야 그는 마침내 실제로 잠에서 깨어났는데 아직도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꿈을 꾸고 깨어나 그것이 꿈이라고 아는 모든 것이 꿈속에서, 다시 말해서 아직 잠자는 동안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각몽 그 자체와는 차이가 있다. 자각몽에서 꿈꾸는 사람은 단지 꿈 속 상태에 대한 통찰을 갖는 반면 '틀린 깨어남'에서는 꿈속의 여러 일을 실제로 경험한 것으로 믿는 경향을 갖는다. 라버지 등은 유체이탈 경험(out-of-body experiences, OBEs)을 '틀린 깨어남'으로 해석해 내었는데, OBEs와 자각몽 경험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UFO 피랍, 임사경험(near-death experiences, NDEs) 대상 중에도 '틀린 깨어남'에 의한 것이 있다.

결론적으로, 실바 마인드콘트롤은 시각상상, 확신과 기도, 꿈 조절에 의해 인간에게 유용한 여러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한다. 이중 정신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있을 수 있으나 양적, 질적인 면에서 자료가 나와 있지 않다. 여러 번 말한 대로 일반 명상법에 의한 스트레스 해소 만해도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하물며 아직 증명된 적이 없는 인간의 초능력, 다시 말해서 텔레파시 및 먼곳보기 등 ESP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은 전혀 증거가 없다. 또한 앞서 말했으나 꿈 조절에 의해 꿈속에서 문제 해결책을 얻는다는 아이디어는 근거가 없다.

3. 점술

'정신세계'(2000년 2월호)의 주제는 '점(占), 삶과 운명의 해석학'이다. 정신세계원의 1999년 하반기 강좌를 잠깐 살펴보아도 김영준 선생의 서양 수리역술, 정인수 선생의 타로 카드점, 유기천 선생의 서양 점성술 전문과정이 있다. 서양 수리역술을 강의하는 김영준 선생은 점성술과 타로 카드에도 정통한 것 같다. 여하튼 그의 서양 수리특강에는 "수에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뜻과 상징이 있다. 당신의 생년월일, 주민등록 번호로 당신의 운명을 읽을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도 다음과 같이 설명돼 있다.

수에는 비밀이 담겨져 있다. 1, 2, 3, 4를 더하면 10이 된다. 그 안에는 지수화풍의 우주적인 진리가 있으며 이름과 생년월일 등의 수 속에는 운명을 예측할 수 있는 감추어진 뜻과 상징이 있다…..수에는 우주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수리의 고유상징은 수리의 조합관계에서 오는 에너지와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본다.

강좌 안내문에도 언급된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이 세계가 수의 힘에 기초하여 만들어졌다"라고 믿은 수비학(numerology)의 창시자이다. 그는 1, 2, 3, 4를 더하면 10이 되며 10에서 다시 수의 순환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을 강좌안내문에는 동양의 역학적 원리인 지수화풍으로 해석한 것 같다. 수비학에서는 우주가 수적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것을 진동(vibrations)에 해당하는 수로 나타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진동을 에너지로 표현한 것 같다. 그리스 미스터리에서는 888이라는 수를 '높은 사람(Higher Mind)'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며 이것을 예수 그리스도(Jesus)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에 반하여 666은 '용서받지 못할 사람(Mortal Mind)'을 나타내며 신약 성서에서 666을 적 그리스도(anti-christ)로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수비학적 해석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예이다.

그리스와 헤브루 전통 모두 피타고라스와 같이 10을 가장 완전한 수라고 믿었다.  유태 경전인 토라(Torah)에 기초한 비밀스런, 신비로운 신의 가르침을  카발라(Kabala)라고 한다. 카발라에 의하면 무(Nothing)로부터 10개 수가 방사되어(emanation) 모든 지식과 신의로의 귀의의 길을 나타내는 생명의 나무(Tree of Life)의 10개 세피로스 (sephiroth)를 이룬다. 보통 카발라에서는 신은 이 세계를 32가지의 비밀스런 지혜의 길, 다시 말해 10개 세피로스와 22개 헤브루 알파벳으로 만들었다고 믿는다. 카발라에서 단어에 신비한 힘이 들어 있다는 믿음이 이로부터 나왔으며 독일 카발라 추종자는 게마트리아(Gematria)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만들어 단어 문자의 수적 의미를 강조하였다.

여하튼, 현재 수비학에서는 이름, 단어, 생년월일, 그리고 태어난 곳을 수로 바꾸어 한 인간의 개성, 운명, 그리고 행운 등을 결정한다. 이것을 재미로 즐긴다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맞는 것으로 본다면 허위이다. 수에 우주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는 주장의 합리성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각종 수비학적 틀에는 표준성, 일치성조차 없다. 분석이 불필요하다.

정신세계원에서는 또한 타로 카드(Tarot Card)점을 가르친다. '정신세계' (2000년 2월호)의 '스스로 점쳐 보는 나의 미래'의 방법은 펜듈럼, 따로(타로) 카드, 수정구로 점치는 법 소개라고 목차소개에 나와 있다. 다른 점술도 마찬가지겠으나 이렇게 점쳐 미래를 알고 사람 관계를 잘해야 한다, 교통사고 조심해야 한다는 등 일반 삶의 지혜를 다짐한다면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나, 미신적 믿음으로 빠져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필자는 타로 카드의 실제에 대해 잘 모른다. 역사와 함께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면 카드를 펼쳐 놓는 패턴은 여러 가지라고 한다. 이 패턴은 숙련자가 해석해 낸다.  15분 후에 다른 패턴으로 펼치는 이유를 흔히 15분 후에 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하튼  펼쳐 놓은 것의 위치와 카드의 의미를 해석해서 미래의 방향을 알려준다고 한다. 이때도 분명한 길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단지 방향을 알려주고 스스로 결정토록 한다고 한다.

타로 카드는 1432년경의 것이 아직 남아 있으나 그 기원은 기원전 64년에서 기원 312년 사이로 추정된다.  현재 카드는 신비한 그림, 심벌 등으로 구성된 한 세트 78장으로 되어 있다. 현재 카드 형태의 원형은 1910년 영국의 오컬티스트 웨이트(Arthur Edward Waite)에서 나온 라이더-웨이트 카드(Rider-Waite deck)인데 그는 일부를 카발라와 헤르메티시즘 (Hermeticism, 비법주의)에서 취했다. 헤르메티카(Hermetica)는 카발라와 함께 서양 오컬트 (occult) 신비주의 전통의 기초가 된 신비적인 지혜이기 때문에 좀 더 설명해 본다. 전설에 의하면 이 지혜는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Hermes Trismegistus, thrice great Hermes)가 지은 42권의 책에 있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집트 신 토스(Thoth)와  그리스 신 헤르메스(Hermes)가 조합된 이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책의 단편을 합쳐서 헤르메티카라고 부른다. 앞서 말한 타로 카드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한 웨이트는 이러한 지혜를 따르는 집단(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에 속한 인물이었다. 1888년 영국에서 이 집단을 창시한 마터스(S.L. MacGregor Mathers)는 트란스 중에 비밀 수령(Secret Chief)과 마스터(Master)로부터 비교(秘敎, esterism) 지혜를 얻었다고 말했다. 비교전통이야 말로 오컬티즘, 심령학, 신비주의를 포함한 것으로 이런 전통 지혜를 추종하는 것이 정신세계원과 정신세계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이들이 타로 카드를 가르치고 광고하는 것은 당연하며 문제이다.

4. 최면, 의식의 변한 상태

정신세계원의 강좌에 최면도 빠질 수 없다. 1999년 4월 29일 '김영국 교수의 순간최면 특별 워크숍'도 개최하였다. 말을 사용하는 방법과 말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 모양이다. 구체적인 김 교수 워크숍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최면 유도법은 이미 자세히 알려져 있다.

1700년대 메스머(Franz Anton Mesmer)는 손을 흔들고, 바라보며, 암시하는 방법으로 최면을 유도했으나 1800년대 브레이드(James Braid)는 이런 것 전부가 불필요하며 단지 환자가 밝은 불빛을 쳐다보거나 또는 암시만으로도 최면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외에도 그저 한 장소를 응시하거나 단조롭에 반복되는 색깔, 움직임 또는 소리 등에 의해 최면이 유도된다. 최면 상태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경미한 최면상태이다. 이 때 대상은 졸린 상태로 되나, 주위의 일에 대하여 자각한다. 둘째는 근육이 굳어지는 강직증 상태이다. 마지막 셋째가 진정한 최면상태(somnambulism)이다. 이 깊은 최면(deep trans) 상태에서 최면된 대상은 최면술사의 암시에 따라 조작된다. 모든 사람이 최면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85-90%만이 최면될 수 있다. 이 중에 깊은 최면 상태로 드는 사람은 5-15% 정도이다.

김영국 교수가 지은 '살빠지는 그림최면'의 신문광고(조선일보 1999년 6월 19일)에는 여러 기적처럼 보이는 최면을 방송에 나와 보여준 성공사례가 사진과 함께 열거돼 있다. 이 중에 '전화로 최면을 걸어 단 3초만에 사람을 뻣뻣하게 만들었다. 비디오추적 놀라운 TV, KBS2'는 신기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텔레파시만으로 최면을 거는데 성공했다. 미스터리 추적 KBS2'는 '세계 최초'에서 놀라운 능력을 느끼게 한다.  그 신문광고의 사진으로 보아 대상이 눈감고 있는 상태에서 옆에 앉은 김 교수가 쳐다보며 마음의 뜻을 전해 최면시키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인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텔레파시 최면이라면 통제된 실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면감수성이 높은 대상을 눈을 감고 앉아 있도록 한다. 최면술사는 옆방에서 최면 되라고 염원하거나 또는 대상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만화를 읽는다. 두 경우가 대상에게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해 보면 되지 않을까? 과학적인 실험이라면 이보다 좀 더 정교한 디자인이 필요할 것이나 '세계 최초의 텔레파시 최면'이란 말은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텔레파시 최면이라면 이미 1818년 벨린스키(D. Velinski)와 1845년 파슈코프(Andrey Ivanovitch Pashkov)가 기록한 이야기가 있다. 그후 1880년대 프랑스의 이야기도 있으나 생략하고, 다시 러시아 이야기를 하자. 1924년부터 텔레파시 최면 연구를 이끈 사람은 유명한 초심리학자 바실리에프(L.L. Vasiliev)이다. 그는 1700 킬로미터 떨어진 대상을 텔레파시 최면에 의해 잠에 떨어지고, 다시 깨어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빼 놓아서는 안된다. "대상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텔레파시 최면이 가능한 것일까?" 최면이란 대상이 의시적 또는 무의식적 최면 지시를 받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최면을 건다는 암시에 의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여기에 문제가 있다. 만일 대상이 모른 사이에도 텔레파시 최면을 걸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이 될지 상상해 보자.

최면은 명상, 수면과 형제간이다. 모두 1969년 미국의 초심리학자 타트(Charles Tart)가 말한 '의식이 변한 상태(altered states of consciousness)'에 속해 있다고 말한다. 특별한 '변한 의식'이 존재하는지에 관해  학자들 견해가 다르다. 어떤 학자는 환상 성향의 대상이 최면상태에서 그저 암시에 쫓아 플레이 한다고 부정하나 최면상태의 행동이 지각된 상황의 요구에 대한 자발적인 그리고 의도적인 순종으로 말하기에는 훨씬 미묘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여하튼 최면, 명상, 수면 등의 변한 의식상태에서 초능력이 나타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것이다. 김영국 교수의 조선일보 책 광고에는 '최면을 걸어 150미터 떨어진 건물 안에 있는 물건을 알아맞히게 했다. 황수관의 호기심 천국, SBS'가 나와 있다.

물론 방송사가 김 교수나 최면 대상에게 숨겨 둔 물건을 미리 알려주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정말로 초능력이 나타나는지 분명히 말하기 위해서는 엄격히 통제된 실험이 필요하다. 물론 시험자는 김교수나 방송사 직원이 아닌 이 분야에 정통한 제3의 학자여야 한다.

김영국 교수의 최면에 의한 초능력이 사실이라고 해 보자. 이 주제는 이미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것이지만 현재 누구도 확실한 증거를 갖지 못하고 있다. 1988년 미 과학아카데미에서는 ESP, PK란 증거가 없다고 하였다. 이미 최면 단계를 거쳐 꿈연구 그리고 간츠펠트 실험까지 왔지만 아직 증거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김교수는 너무나 자주 방송에 나와 초능력을 말하니 답답할 뿐이다.

그렇다면 초능력 증명자에게 랜디(James Randi)가 건 100만 달러 이상의 상금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 아니면 특히 최면에 멘털리스트 '놀라운 크레스킨(The Amazing Kreskin)'이 내건 상금도 있다. 그는 최면 상태에서 일반 깨어난 상태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증명하는 사람에게 10만 달러의 상금을 내 걸었다. 최면 상태의 초능력?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김교수의 '살빠지는 그림 최면'은 최면 상태가 행동 교정에 유리한 상태라는, 즉 최면이 육체적 정신적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한겨레신문([건강]최면으로 마음의 병 고친다, 1998년 5월 18일)은 "최면상태가 되면 외부의 각종 '암시'가 잠재의식에 쉽게 스며들고…이때 최면 유도자가 분노. 공포. 불안. 통증 등에 몰두(최면상태)한 환자의 잠재의식에 즐거운 암시를 줌으로써 의식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최면 치료의 기본원리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최면 암시가 비최면 암시와 차이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최면'의 특별한 효용성에 의문이 있다. 또한 정말로 이렇게 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과학적으로 연구된 정성적, 정량적 자료가 필요하다. 또한 다른 치료방법, 예를 들어 약물요법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대부분 주위 최면술사는 '최면'을 강조하며 효과를 과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5. 참고

1)Susan Blackmore, Lucid Dreaming: Awake in Your Sleep?, Skeptical
Inquirer, Summer 1991, p. 362-370.
2)Rosemary Ellen Guiley, Harper's Encyclopedia of Mystical & Paranormal
Experience, Castle Books, Edison, New Jersey, 1991.

 

출처: 한국 의사과학 문제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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