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새로운 물리를 찾아서

출처: 차교수와 물리산책

바바라 러벳 클라인 여사가 지은 이 책은 1965년 뉴욕의 크로웰 출판사를 통해 The questioners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판되었고,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87년 시카고 대학교 출판부를 통해 Men Who Made a New Physics라고 개제되어 다시 출판되었다. 나는 지난해 이 책을 우연히 읽었는데 다음 두가지 이유에서 매우 감탄했다.
첫번째 이유는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세기 초에 출현한 현대 물리학, 즉 상대론과 양자론 두 분야 중에서 양자론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대론은 아인슈타인 한 사람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완성되었다. 반면에 양자론은 물리학자들이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오로지 원자 세계에서 관찰되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려고 하다 보니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졌다.상대론과 양자론 모두 인간의 상식에 어긋나는, 아니 그 정도가 아니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절대적인 모순처럼 보이는 개념들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상대론의 경우에는 아인슈타인이 모든 것을 한치의 빈틈도 없이 다 짜 놓은 다음에 그 결과를 제시해 주었다. 사람들은 그저 배우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양자론에는 상대론에서 아인슈타인이 맡았던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순에 가득찬 실험 자료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책은 바로 그 사람들이 어떻게 고뇌하고 어떻게 방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또한 그렇게 탄생된 양자론이 무엇인지를, 양자론에 대한 개념이 배태한 처음부터 마침내 완성된 양자론, 즉 양자 역학의 중심 이론까지를 모두 설명해 준다.그런데 이 책의 특징은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서 낯선 개념들을 머리에 그려볼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알려 준다는 점이다. 양자론에 대한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는 많이 출판되었지만, 이 책처럼 누구든지 알아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있게 체계적으로 설명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이 책을 쓴 클라인 여사가 물리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일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물리학이 밖에서 보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지도 않으며 피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썼다. 이 때 발동한 호기심에서 배우기 시작한 결실로 이루어진 것이 이 책이다. 많은 책과 논문들을 공부하고 양자론의 발전에 참여한 바로 그 사람들로 부터 직접 조언을 구하면서 자기가 품었던 의문과 호기심을 풀어나간 과정을 그대로 적었다. 바로 저자 자신도 물리학에 대한 문외한이었기에 이 책이 문외한이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써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쉽게 써졌을 뿐 아니라 몇 십년 동안 물리학을 전공한 내가 양자론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도와준 클라인 여사가 감탄스러울 뿐이다.
두번째 이유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소설처럼 씌어졌다. 그것은 지어낸 허구라는 의미의 소설이 아니고, 소설의 특징인 기승전결을 따라 치밀하게 구성되었다는 뜻에서의 소설이다. 그렇게 구성해 놓고 보니, 물리학에서 양자론의 징조가 처음 나타난 때부터 양자 역학이 완성되기까지 20여 년에 걸친 기간의 이야기가 마치 한편의 흥미진진한 소설로 다시 태어난 듯 싶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물리학에서 상대론과 양자론이라는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의 이야기는 실제로 우리 물리학자들에게는 항상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비록 그와 같은 소재가 이미 거기에 있었더라도, 그 소재를 가지고 이와 같이 한편의 감동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낸 클라인 여사의 솜씨가 여전히 감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의 막이 오르고 맨 처음 등장하는 무대가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교 러더퍼드 교수의 실험실이다. 러더퍼드는 당시 맨 마지막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 뉴질랜드 출신으로, 장학금을 받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부설 캐번디시 연구소로 유학온 촌뜨기였다. 처음에는 영국 상류사회 계급 자제들이 대부분인 학생들 틈에서 따돌림을 받기도 했으나, 타고난 창의력을 발휘해 일류 실험 물리학자가 된 사람이다. 실험실에서 마스든이라는 어린 제자가 관찰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실험 결과를 러더퍼드는 실수 때문으로 돌리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원자핵을 발견하기에 이른다.그 때는 화학자들이 밝혀낸 물질의 화학적 성질로부터 물질의 기본 단위가 원자일 것이라고 막연히 짐작하고는 있었으나 그런 원자가 어떻게 생겼을지는 알아볼 엄두도 못낼 형편이었다. 심지어 원자가 너무 단단해 그 속으로 들어가 볼 수는 도저히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원자핵이 발견됨으로써 원자의 정체, 즉 물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찾아내는 데 물리학자들의 관심이 집중하게 되었으며, 당시까지는 그렇게 성공적일 수가 없었던 물리학, 즉 오늘날 고전 물리학 또는 뉴턴 물리학이라는 이론 체계로는 원자 세계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음이 차차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한 원자 세계를 설명해 줄 이론이 양자론 또는 양자 역학이며, 이 소설의 첫 장면은 바로 양자론이 적용될 세계의 장막을 처음으로 벗긴 러더퍼드의 실험실에서 시작한 것이다.다음 무대는 장소가 영국에서 독일로 바뀐다. 러더퍼드와 거의 같은 시대에 두번째 등장 인물인 막스 플랑크가 혼자서 묵묵히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플랑크는 중학교에서 물리학의 중요한 원리인 에너지 보존 법칙에 대해서 설명을 듣다가 큰 감명을 받는다. 인간이 사고에 의해서 자연의 동작원리와 영원 불변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경이로웠기 때문이다.플랑크는 오로지 열역학 제2법칙을 좀 더 일반적으로 성립하는 형태로 표현하기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모든 대상에 그 법칙을 적용해 보다가 당시에 물리학자들이 잘 설명할 수 없었던 검은 물체가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의 분포를 기술하는 공식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는 우연히 만일 검은 물체에서 나오는 빛이 나르는 에너지의 양이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 띄엄 덩어리져서 나온다고 가정하면 올바른 공식을 얻을 수 있음을 발견한다. 이것이 바로 양자라는 개념이 처음 단생되는 순간이었다.

영국과 독일이 대조적인 만큼 러더퍼드와 플랑크도 대조적이다(영국이 경험적이라면 독일은 관념적이고 영국이 전원적이라면 독일은 도시적이고 영국이 싱그러운 녹색이라면 독일은 암울한 회색이다). 러더퍼드는 식민지 뉴질랜드의 목재상 아들로 태어났지만 스물일곱살에 대학교 교수가 되고 실험실에서 많은 학생들과 조교들을 호령하며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사실들을 계속 발견해 나가면서 당시 실험 물리학계를 석권했다. 플랑크는 아버지가 뮌헨 대학교의 헌법학 교수였으며 수많은 학자와 법률가를 배출한 전통적인 독일 명문 집안 출신으로 항상 단정하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자기가 연구하기로 작정한 외길을 끈질기게 추구했다. 그러나 그 분야(열역학 제2법칙)는 당시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고전 물리학에서 이미 완성된 분야라고 생각하고 아무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빛을 못보는 분야이었다. 러더퍼드는 시작부터 항상 물리학의 유행 첨단에 서 있었는데 반해, 플랑크는 자기 연구 업적을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내가 옳았다는 만족감을 결코 누리지 못할 운명이었다’라고 한탄했다.

이 책은 이렇게 당시 둘 사이에 특별한 관계를 찾기가 어려웠음직한, 실험 물리학 쪽에서는 원자핵의 발견 그리고 이론 물리학 쪽에서는 양자 개념의 탄생이라는 두 가지 배경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인슈타인이다. 양자론이 주제인 이 소설에서 아인슈타인이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시대를 같이 산 아인슈타인을 빼고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없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양자론을 인정하지 않았음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클라인 여사는 몇 가지 일화들을 엮어 나감으로써 아인슈타인이 양자론의 초기 발전에 어떻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을 지지하는 확고 부동한 실험적 증거들을 앞에 두고도 왜 양자론의 후기 발전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는지 생생하게 묘사해 준다.

이 소설의 제2막이 오르면 우리의 주인공 닐스 보어가 등장한다. 장소는 영국 캐번디시 연구소. 톰슨 소장을 비롯해 재학생, 졸업생, 조교등 모두가 모이는 연례 동창회가 열리고 있는 왁자지껄한 만찬장이다. 여기서 활달하고 큰 음성으로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화제를 독점하고 있는 사람은 지금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활약하는 졸업생 러더퍼드이다. 덴마크에서 캐번디시 연구소로 갓 유학온 보어는 이 만찬장에서 러더퍼드에게 감명을 받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러더퍼드와 함께 연구하기 위해 맨체스터 대학교로 옮긴다. 보어는 원래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원자핵과 방사능에 대한 실험을 해 볼 예정이었지만 그리고 그런 실험 과제가 무진장 많았지만 그보다는 원자핵이 발견되고 난 후의 원자의 구조를 설명할 이론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원자핵이 발견되기 전 까지는 원자가 전기적으로 중성이며 원자 내부에 음전기를 띤 전자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원자 속에는 양전기가 균일하게 퍼져 있으며 그 사이 사이에 전자가 박혀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원자핵이 발견됨으로써 원자의 중심부에 양전기로 이루어진 무거운 원자핵이 놓여있으며 그 주위로 전자가 회전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그러한 모형은 마치 태양의 주위로 행성들이 회전하는 태양계와 흡사했으며, 사람들은 이와같이 원자 속에서 태양계가 반복된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당시에 알고있던 고전 물리학에서 전기를 다루는 법칙에 의하면 전기를 띤 물체가 회전할 때는 에너지(전자기파)를 밖으로 내보내야만 했으므로 회전을 오랫동안 계속하지 못하고 원자핵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자연에 존재하는 원자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보어가 해결하겠다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보어는 맨체스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유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코펜하겐 대학교 교수로 부임한다. 그 곳에서 그는 우연히 뜨거운 기체가 내는 빛을 프리즘에 토과시키면 만들어지는 선 스펙트럼에 관한 자료를 발견한다. 분광학자들은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가지 기체에서 나오는 이러한 선 스펙트럼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 놓았을 뿐 아니라, 발머와 같은 사람은 그러한 선 스펙트럼의 진동수들이 만족하는 공식까지 만들어 놓았다. 원자 내부로부터 방출되는 이런 선스펙트럼은 바로 원자의 모형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보어는 플랑크의 양자 개념을 도입하면 선스펙트럼을 설명하는 공식을 유도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즉 검은 물체 복사를 설명하는 데 가정되었던 양자라는 개념이 원자핵의 발견과 함께 밝혀지기 시작한 원자를 설명하는 데도 관계가 된 것이다. 이렇게 보어는 원자핵과 양자 개념을 연결하면서 그의 경험적인 원자 모형을 만들어 나간다. 그렇지만 보어의 원자모형은 원자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근본 원리가 아니었다.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다.
제3막에서는 무대가 코펜하겐 대학교 부설 이론물리 연구소, 일명 보어연구소로 바뀐다. 이 연구소는 보어가 대학교 당국을 설득해 여러 나라로부터 뛰어난 젊은이들을 초청해 채용하고 덴마크 기업가들의 후원으로 건물을 장만해 세웠다. 많은 젊은이들이 보어와 함께 24시간을 함께 지내며 정열을 발산하고 꿈을 불태운다.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끝없이 토의하며, 그들이 물리학을 창조해 나가는 중심지라는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활동한 두 젊은이가 독일로부터 온 울프강 파울리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이다.보어가 제안한 경험적인 원자 모형에 의하면, 원자핵 바깥에 여러개의 전자 궤도가 존재하며, 전자들이 그 궤도를 따라 돌면 에너지를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전자가 가장 안쪽의 궤도에는 두개, 그 다음 궤도에는 여덟개 등으로 들어갈 수 있다. 기체를 뜨겁게 가열하면 안 쪽 궤도의 전자가 바깥쪽 궤도로 옮기며 이 전자들이 다시 안쪽 궤도로 떨어질 때 에너지를 내보낸다. 이 모형으로 수소의 선스펙트럼을 잘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형만으로는 전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보어의 원자 모형이 완전한 이론이 아니고 임시 변통임은 보어를 비롯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더디지만 한걸음씩 또는 반걸음씩 내디딜 수 밖에 없었다. 제일 똑똑하고 완벽주의자였던 파울리가 당시에 알려진 선스펙트럼 자료를 비롯해 모든 실험자료들을 다시 분류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해 그가 당도한 것이 오늘날 그의 이름으로 알려진 파울리의 배타원리이다. 이 원리는 동일한 상태에 두 개 이상의 전자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원리를 사용하면 전자가 왜 가장 안쪽의 궤도에 두개, 그리고 그 다음 궤도에 여덟개 등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왜 배타원리가 성립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것도 아직 완전한 이론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보어를 도운 사람이 하이젠베르크였다. 그는 못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알려진 우수한 젊은이였지만 파울리와 같은 완벽주의자는 아니었다.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미주알고주알 자세한 것은 개의치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처럼 보였다. 그것은 마치 ‘이것은 책상이다’와 ‘이것은 책상이 아니다’라는 두 명제 중에서 하나는 꼭 옳아야만 할텐데, 원자 내부의 전자에게는 그러한 (‘상식’이라는) 직관까지도 의심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행동하는 것이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토의한다. 그렇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잡히지 않는 다. 낮에는 같은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밤에도 같은 문제에 대해 꿈꾼다. 모두 기진 맥진이다. 하이젠베르크는 마침 유행성 열병에 걸려 북해에 위치안 헬리고랜드라는 한적한 섬으로 휴양차 떠난다. 그 곳에서 홀로 지내며 깊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계산하며 긴장을 풀려고 높은 절벽을 기어오르곤 한다. 그는 끝내 유명한 불확정성 원리에 도달한다. 이것이 양자 역학의 기초가 되는 원리이다. 천성이 낙관적인 보어마저도 지치고 평화를 원한다. 보어는 휴가를 얻어 노르웨이로 스키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첩첩 산중에서도 그의 생각은 한가지에 집중되어 있다. 몇 주가 지난 뒤에 살갗이 그을리고 기분이 훨씬 상쾌해 졌으며 (하이젠베르크와 함께) 그렇게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해답에 훨씬 더 근접하고 돌아온다. 그는 가능한 최대의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서로 배제되는 개념을 사용한다는 생각을 표현한 상보성 원리에 이른 것이다.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양자 역학이 만들어진다. 또한 보어 연구소 사람들 뿐 아니고, 프랑스의 쉬뢰딩거, 괴팅겐 대학교의 막스 보른과 파스쿠알 요르단, 그리고 나중에 보어 연구소에 합류한 폴 디랙 등 많은 사람들도 양자 역학을 연구했으며 여러가지로 기여했다. 제3막에서는 보어와 쉬뢰딩거의 토론으로 절정을 이룬다. 쉬뢰딩거는 양자론의 불연속성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룻밤을 꼬빡 새운 토론에서 쉬뢰딩거는 기진 맥진해 ‘불연속성이 없어지지 않으리라고 미리 알았더라면, 이런 일은 결코 시작하지도 않았을텐데’라고 불평한다. 보어는 ‘우리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점에서 같은 의견을 갖고있네’라고 대답한다. 이제 원자 세계를 제대로 기술할 수 있는 원리가 발견된 것이다. 주어진 현상만을 설명할 수 있는 임시 방편이 아니고, 무엇이든지 모두 풀어 낼 수 있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부르는 이론 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제3막에서 이루어낸 이 양자 역학의 중심 이론에 대해 본 해설에서 감히 한 두 마디로 설명하려고 시도할 수는 없다. 클라인 여사는 이 책에서 아주 현명한 구성법을 시도했다. 그녀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을 모두 잠시 쉬게하고 선배와 후배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삽입했다. 선배는 편리하게도 1924년에 남미의 밀림 지대에서 실종되었다가 최근에 구조되었다. 그래서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했고 플랑크의 양자 개념이나 보어의 원자모형 등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 이후에 발전된 물리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선배는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후배에게 질문을 퍼붓는다.

그 다음에 클라인 여사는 아인슈타인을 한번 더 등장시키고 그의 일반 상대론과 인간 아인슈타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인슈타인을 인도했던 그의 물리학에 대한 정열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보어가 가장 흠모하는 인물이 아인슈타인의 진면목을 보여 줌으로써 다음에 올 대단원을 예비한다.

제4막이 오르면 벨게에의 브뤼셀에서 열린 솔베이 토론회 회의장이 나타난다. 때는 1927년 봄이다. 솔베이 토론회는 3년마다 물리학자들이 모여서 그동안 물리학에서 새로 알려진 사항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학술회의이다.보어는 솔베이 토론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양자 역학의 코펜하게 해석을 마지막으로 손질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로지 아인슈타인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브뤼셀로 향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의견이 매우 궁금했다. 보어의 눈에는 아인슈타인이 상대론 뿐 아니고 양자론에서도 위대한 선구자로 비쳤다. 자기가 한 것은 양자론에서조차 아인슈타인이 기여한 것에 비하면 아주 보잘것 없게만 느껴졌다. 솔베이 토론회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논쟁은 유명한 사건이다. 그들 사이의 토론은 점점 두 과학자 사이라기 보다는 두 철학자 사이의 토론으로 변해간다. 보어는 솔베이 토론회 뒤에도 여러해 동안 코펜하겐 해석을 가다듬는다. 보어는 생각 속에서 항상 아인슈타인고 논쟁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20여년에 걸친 대 드라마가 막을 내리는데 에필로그가 없을 수 없다.클라인 여사는 가장 적절한 장면을 잡았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에서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후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고급 이론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다. 1948년 보어는 우연히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다. 그 때 보어는 아인슈타인의 연구실을 잠시 빌려서 사용하면서 아인슈타인과의 유명한 논쟁을 회고하는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한다.보어는 늘 말하면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인슈타인이라는 단어 뒤에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아인슈타인’을 입 속에서 어르고 있다. 창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긴 사이에 아인슈타인이 방안에 들어와 있는 것도 모르고 있다. 여전히 창문 옆에서 ‘아인슈타인’을 중얼거리던 보어는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생각해 낸 듯이 단호하게 ‘아인슈타인’이라고 내뱉으며 돌아선다. 거기에 그들 둘이 얼굴을 맞대고 서 있다. 그의 생각이 이렇게 불가사의하게 실물로 출현한 것에, 그가 불러낸 이 도깨비에, 이 감당할 수 없는 아인슈타인에, 보어는 너무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서로를 쳐다볼 뿐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책을 이렇게 순조롭게 번역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책의 출판을 흔쾌히 러학해 주신 전파과학사의 손영일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또 번역하는 과정에서 매 장을 읽고 평하여 주신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과정의 김명철, 김기찬, 김동호 선생님과 초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준 인하대학교 핵물리 연구실의 김두환 군과 강경옥 양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렇지만 역시 전파과학사 편집부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매끄러운 번역이 가증하지 못하였을 것이기에 특별히 감사드린다.차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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