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킹검궁 락/팝 콘서트를 보며…

영국 본사에 일 때문에 와서 런던 남쪽 차로 한시간 거리의 Crawley(크롤리)란 작은 도시에 5개월 째 살면서 영국 남부 지역을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런던을 비롯해 남부 해안가 Briton(브라이튼), 런던 동쪽으로 Dover(도버해협), 서쪽으로 Wales, 그리고 북쪽으로 영국의 수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캠브리지와 옥스포드등…

영국의 사람과 문화에 대한 느낌이 없을 수 없겠죠 ?

그걸 간직만하고 요약하거나 단정하려 하지 않았는데, 2002년 마지막 날 비록 14인치 TV를 통해 봤지만 버킹검궁의 음악공연을 보며 받은 감동은 그 느낌을 글로 옮기려 하지 않는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군요. ^^  내가 보고 느낀 바를 느티나무 언덕의 친구들과 나누는 일도 뜻이 있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이 공연은 내가 그동안 이 나라에 머물며 가졌던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2시간 반만에 요약을 시켜 버렸습니다.

70년대 말인가 80년대 초인가요, 싸이먼과 가펑클의 뉴욕 쎈트럴파크 재결합 공연을 감동적으로 보고나서 바로 공연실황이 담긴 더블 앨범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때부터 영국의 락과 팝을 들으며 자란 세대로서 이번 공연의 감동도 그에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이었죠. (아마존에 DVD를 팔고 있네요. 플레이어는 아직 없지만 하나 사놔겠어요.)

공연은 작년 6월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축제(Queen’s Golden Jubilee) 기간중 열린 것으로 1부는 클래식과 2부는 대중음악가들이 나와 공연을 했는데 TV 녹화는 대중음악 부분만 보여주더군요. 버킹검궁전( Buckingham Palace)은 영국 여왕이 사는 곳으로 런던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복궁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여기 있는 동안에는 버킹검궁전을 개방하지 않아 밖에서만 잠깐 들여다 봤는데 TV로 본 버킹검 궁전은 한 가운데 큰 광장이 있고 입구에서 광장까지의 긴 진입로가 있는데 광장을 포함하여 진입로를 만이천명의 청중이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하여 알게 된 것으로 무려 200만명의 국민들이 무료입장권을 신청하였는데 그중 만이천명만이 뽑혔다고하는군요.

이 공연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찰스 황태자, 그리고 고인이 된 다이아나 황태자비의 두 아들 그리고 토니 블레어 총리 부부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기타의 신이라 불리우는 에릭 클랩튼, 엘튼 존,박력이 넘치는 목소리의 톰 존스,60년대(?) 우리나라 이대강당 공연에서 지금의 오빠부대를 무색케 하는 젊은 여성들로 부터의 열광을 받았다던 클리프 리차드,늙었어도 청춘의 끼는 여전합니다. 그리고 신세대 가수들등 영국을 대표하는 팝과 락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Queen의 리드기타 브라이언 메이가 버킹검 궁전 지붕위에서 기타 솔로로 연주한 ‘God Saved the Queen’을 시작으로, 살사댄스인가요 ? 댄스음악으로 유명한 리키마틴, 그리고 영국의 신세대 여성보컬(여기도 우리나라 SES나 핑클같은 Group이 인기더군요.) 여기 신세대 가수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댄스그룹이든 아니든 간에 다들 가창력이 좋은 것 같습니다. 여기 가수들한테 노래는 기본인 것 같습니다. (큰 딸래미 말로는 댄스는 우리가 낫다고 하더군요 ^^) 그리고 발라드 가수인 Will Young, 영국의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20대로 보이는 준수한 외모에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한 듯하며 가창력이 뛰어나다곤 할 수 없지만 노래를 참 잘 부르는데 저도 그저께 수퍼에서 이 친구 CD를 한장 샀습니다. 곡들을 보니 비틀즈이 ‘Long and Winding Road’ 등 옛노래들을 멋지게 리메이크 하여 줏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올드팝 세대인지라 앞 부분은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더군요.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브라이언 아담스, Heaven이라는 곡으로 유명하죠, 아마 Heaven에서의 중후한 보컬이나 사운드에 비해 공연에는 통기타를 치며 소프트한 노래를 불렀습니다. 또 누구냐…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중간에 젊은 여가수가 비틀즈의 Long and Winding Road를 부르는데 노래는 좀 불안한데 피아노,바이올린,통기타등 언플러그드 반주에 노래가 워낙 좋아서 기억에 남는군요. 우리나라도 리메이크가 좀 유행을 하는 것 같은데 여기는 정말 리메이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수십년 지난 비틀즈의 ‘Long and Winding Road’,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등의 리메이크 버전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브라이언 아담스에 이어 톰 존스가 나오는데 사회자가 Mr. 라는 호칭을 붙이더군요. 원로 가수에 대한 예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 엘튼 존이 나왔다고 하는데 웬지 저는 못봤네요. (저녁 지으러 아래 층에 내려간 사이에 나왔나 ?)  한달여 전쯤 이곳 TV에서 엘튼 존과 어느 교향악단과 함께 커다란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하는 걸 봤는데 그의 이름 앞에 아마도 영국왕실에서 부여하는 Sir(경)를 붙이더군요. 조금 놀랐습니다. 그가 뛰어나 재능과 많은 히트곡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아는데 그 정도까지 영국에서 존경받는 인물인지는 몰랐습니다.
중반에 접어들면서 영국의 락그룹중 빼놓으면 영국민들이 섭섭해 할 Queen이 나옵니다. 4 옥타브를 오르 내린다던 폭발적인 가창력의 프레디 머큐리가 빠졌지만(여러 해전에 에이즈로 사망했죠.) Queen의 인기는 아직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 하는 노래가 Queen의 20여년전 히트곡 ‘보헤미안 랩소디’ 였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앞의 가수들은 한 두곡 부르는데 비해 Queen은 무려 5곡인가 부르더군요. 리드 싱어가 없어서 다른 가수들이 교대로 나와 불렀는 앞서 말한 신세대 Will Young이 우리 젊은 세대도 잘 아는 ‘We are the Champion’을 부르고 ‘Radio GaGa’라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노래는 브라이언 메이가 직접 부르는데 이 노래의 후렴에는 모든 청중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열렬하게 호응을 하고 마지막으로 Queen의 대작 ‘보헤미안 랩소디’는 두 명의 가수(아무래도 프레디 머큐리를 커버하려면…)와 스무명이 넘어 보이는 코러스가 화려한 복장으로 나와 부르는데 라이브는 대개 소리가 뜨는 경향이 있는데 스튜디오 녹음과 거의 차이가 없는 완벽한 코러스가 재현이 되더군요.
아~ 제가 무지 좋아하는 노래라 그런지 특히 감동적이었습니다. 기타와 코러스 비록 프레디 머큐리의 애절하게 때로는 미친듯이 절규하는 보칼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지만 …

그 다음인가요 ?  세계적인 락 기타리스트로 정교하고 능숙한 연주에 있어서는 최고의 대가라고 하는 이름만 익히 알고 있던 50대 후반쯤 된듯한 오지 오스본(헤비탈 그룹 블랙 사바스의 리드 싱어)이 긴 생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나와 기타 연주보다는 노래를 하더군요. 이어서 몇몇 가수들이 나왔는데 기억에 없고 제가 아는 대가들만 주로 꼽으면 필 콜린스, 로드 스튜어트, 조 카커, 그리고 에릭 클랩튼등이 나와서 여러 곡을 불렀습니다.

에릭 클랩튼을 볼 때마다 여러 해전에 미국의 어느 고층빌딩 54층인가에서 떨어져 죽은 4살짜리 아들과 그를 그리며 쓴 ‘Tears in Heaven’의 애절한 가사와 곡조로 연민을 느낍니다. 어두운 색의 싱글에 동그란 안경 그리고 깎지않아 적당히 자란 수염의 노장. 슬픔을 딛고 멋진,흐르는 듯한 기타연주와 노래에 몰입하는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냅니다. (김수철씨 생각이 나더군요. 기타치는 모습,동그란 안경, 짧은 스포츠 머리등 아주 똑 같습니다. 키는 많이 차이가 나지만…^^)

에릭 클랩튼에 이어 (아마도 인기와 실력,연륜 이런 것등을 고려해서 순서를 정한 듯)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갔어도 링고스타와 함께 남은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달랑 기타 반주만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난 후 뒤로 물러나 전자피아노 앞에 앉아 에릭 클랩튼과 협연을 합니다.

공연이 끝날 무렵 인자한 모습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찰스황태자, 두 아들(큰 아들은 정말 착하게 생겼습니다. 그를 보면 고인이 된 다이아나 황태자비가 왜 그렇게 많은 국민들로 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나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과 토니 블레어 총리 부부 그리고 출연한 모든 가수들이 무대 위로 올라 옵니다. 여왕은 출연한 가수들을 일일이 격려를 해주고 찰스 황태자는 오늘의 공연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며 음악을 통해 United Kingdom의 긍지를 일깨우는 연설을 했습니다.

그만큼 대중음악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피날레는 역시 비틀즈가 장식을 하더군요. 존 레논은 갔어도 폴 매카트니는 아직 건재합니다. Hey Jude를 모든 가수들과 청중들이 합창을 합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버킹검궁 위로 빛나는 조명 오가고 궁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팔을 들어 좌우로 흔들며 합창을 하고 토니 블레어의 부인은 얼마 전에 아들이 뭔 사고를 쳤는지 TV에서 나와 국민들 앞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해명을 하더니만 오늘은 마냥 즐거운 듯 춤도 춰가면 즐깁니다. 청중들을 얼핏보니 10대는 별로 없는 것 같고 20~ 60대까지의 청중들이 노래에 맞춰 춤과 박수로 하나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공연은 많은 유명한 아티스트가 참여한 것에도 의미가 있겠지만 콘서트의 장소가 영국의 여왕이 살고 있는 뜰에서 이루어졌다는 데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적 성향을 가진 저로서는 합리적인 사람들의 왕실에 대한 비합리적인 충성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이제는 적어도 심정적으로 이들이 왕실에 대해 갖고 있는 존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경과 사랑에  항상 합리적 이유가 따르는 건 아니겠죠.)

탄탄한 대중음악 자산과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들을 보며 우리의 것들과 확연히 비교가 되더군요. 잘 보존되어 온 많은 역사적 유적만큼이나 대중문화 자산에서도 풍부함, 다양함 그리고 저력을 느끼게 한 공연이었습니다. 이곳 TV에서 매주 금요일 방영되는 Top of the Pops란 영국의 차트 프로그램을 보면 댄스,힙합,발라드등과 함께 열중 2팀은 Rock band가 나옵니다. 반면에 십대들의 판으로 획일화 되어버린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를 보면 너무 안타까운 생각입니다.

몇해 전에 기자가 조동진씨의 인터뷰 중에 요즘 판을 안 내냐고 물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사진만 찍으러 다닌다고 하더랍니다. 사진도 좋아해서 찍는 것이겠지만 아름다운 노래들을 만들고 불러야 할 재능과 소임을 가진 사람들이 그저 취미생활이나 하도록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입니다.

지금 이 느티나무 언덕에 더 많은 나무들이 들어서고 그것들이 모여 숲을 이룰 때 쯤이면 우리도 그런 문화적 풍요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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