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장로 이상구 박사가 말하는 氣

제가 어릴 때 엔돌핀 이야기로 한때 유명세를 탔던 기독교 장로 이상구 박사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양자물리학 강의 동영상을 2012년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개념적인 설명에 잘못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양자물리학을 기독교적 좁은 틀에 가둬 놓고 독점하는 태도가 교회 특유의 독선과 아집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물리학적으로 본 성경 강의

그런데 이 양반 사고(?)친 동영상 강의가 하나 더 보입니다. 이번에는(2011년 동영상) 氣 분야까지 오지랖을 넓히는군요. 일반 기독교인들에게 ‘기’ 하면 귀신 얘기 취급받기 일쑤인데, 그런 면에서 볼 때 파격적인 주제를 꺼낸 것 같지만 혹시하고 들어 보니 ‘역시’ 군요. 양자물리학 강의 때 못지 않은 말장난을 하네요.

힘(진리)=氣?

기는 진리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거기까진 그럭저럭 봐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이 말하는 진리에서 나오지 않은 다른 기는 모두 가짜라는 식으로 매도를 합니다. 기 자체가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이니 모든 기는 진리(하나님)에서 나온다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기공사들이 운용하는 기가 엉터리라고 호도하는데 얘길 들어보면 기를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이 주워들은 걸로 땜질을 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구자적 실험정신으로 양자물리학이나 기를 기독교 분야에 끌어 들이는 것 같아 보이지만 탐구자적 겸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氣라는 거대 담론이 요구되는 개념을 자신의 편리에 따라 적당히 잘라 끼워 맞추거나 배제하면서 이야기를 꾸밉니다. 동영상 중  20분 부분 부터 기 이야기를 하는데 몇분 보다가 더 볼 가치도 없고 시간 낭비란 생각이 들어 꺼버렸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얘기는 “기는 진리(우주, 하나님)로부터 나왔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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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포스팅 초안을 써놓고 놀려 두고 있다가 갑자기 홍익학당의 윤홍식 선생이 기에 대해 강의 한 내용이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검색해보니 ‘리(理)와 기(氣)’에 대한 조선시대 성리학 강의가 보이네요. 이걸 보고 이상구 장로의 얘기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는 진리에서 나온다’란 말은 성리학의 리(理)와 기(氣) 중 理 즉, ‘원리’, ‘형이상학’ 과 대응이 되는 말입니다. 반면 그가 엉터리라고 하는 기공사들이 부리는 기(氣)는 성리학에서 말하는 형이하학에 해당하는 氣에 속하는 것이더군요. 즉, 기독교적 관점은 도덕 감정인 리(理)가 발현하면 본능 감정인 기(氣)는 리(理)에 따르는 즉, 리(理)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퇴계 이황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에 가깝단 생각입니다. 반면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을 주장하는 율곡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이황보다 35세 후배인 율곡(栗谷) 이이는 ‘이(理)’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물질적이고 경험적인 ‘기(氣)’의 작용에 따라 착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 형이하(形而下)의 현실이 형이상(形而上)의 관념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형이하의 세계를 개혁해야 형이상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제도개혁사상으로 연결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조선의 성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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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대한 폄하는 무지의 소치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공사들이 운용하는 기가 효과가 없다고 단정짓기에는 제 자신의 체험을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상구 장로의 기에 대한 지식은 지극히 편중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겸손함은 찾아 볼 수 없는 오만과 독선에 근거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기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글이 있어 첨부합니다.

외기(外氣)에 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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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쨌든 이상구 장로 덕분에 조선왕조 철학의 근간인 성리학과 그 위대함에 대해 알게 되었네요. 홍익학당 동영상을 끝까지 보시길 힘들면 율곡의 철학 사상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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