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에 혼을 담을 수 있을까?

설 연휴때 매우 중요한 제안서를 작성하느라 감기몸살에 지친 몸을 달래며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 내가 만든 문서에 나의 魂이랄까 氣라고 할까 이런 것이 들어 갔다라는, 확실한 느낌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런 생각이 밑도 끝도 없이 떠 올랐다. 이쯤되면 문서 작업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2000년도 전후로 기억되는데 한신대학교 철학과 김상일 교수가 ‘퍼지이론과 한국문화’란 컬럼을 전자신문에 100회 이상 연재를 했는데 (책으로도 출간됨.) 컬럼중에 이런 말이 생각나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다.  “고려청자의 빛깔을 재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엣날 도공들은 도자기를 만들 때 혼(氣)을 불어 넣을 정도의 정성을 기울였는데 요즘 도공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혼이 들어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제안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그것도 개인의 생각, 사상의 반영일 뿐이니까… 그러나 한 사람의 혼이 깃들여 있다는 것은 만든 사람의 진실성과 그 사람의 생각, 사상 등이 결과물에 통합이 되었다는 차원에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좋은 말이나 생각들을 가져다 덕지덕지 붙여 만든 문서와는 격이 다르고, 받아 보는 사람에게 만든 사람의 진실이 전달이 될 수 있다는 데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물론 받아 보는 사람이 만든 사람의 진실성과 거리가 멀 때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사업적인 잔머리를 접어 놓는다면 문서나 제안서도 만든 이의 진실이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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